꿈이 아니다. 사상 최강의 미국이 한국에 무릎을 꿇었다.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과 최희섭(LA 다저스)이 각각 솔로 홈런과 3점홈런을 작렬시키며 미국을 7-3으로 초토화시켰다.
한국은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인젤스테디움에서 벌어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8강 리그에서 1회말 미국 선발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 마린스)에 이승엽의 선제 솔로홈런과 4회말 최희섭의 3점홈런 등으로 미국을 대파하는 파란을 연출했다.
이로써, 한국은 2승으로 일본과의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4강에 오르게 됐다.
이승엽의 대회 5호 홈런을 기록했고, 부진 끝에 터진 최희섭의 홈런과 더불어 한국의 초특급 마운드, 철옹성 수비와 미국을 압도하는 무서운 집중력은 세계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은 지난해 최다승 투수 손민한(롯데)을 선발로 내세웠고, 미국은 지난해 22승에 사이영상 후보 돈트렐 윌리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미국 선발 윌리스는 좌완투수로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특이한 폼으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투수 중에 하나다. 비록 캐나다전에서 5실점하며 부진했지만 한국과의 경기전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춰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 돌풍은 1회부터 시작됐다. 1회말 선두타자 이종범(기아)이 볼넷으로 걸어나갔지만 후속타자의 병살타로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승엽은 윌리스의 약간 가운데로 몰린 공을 그대로 잡아당겨 선제 솔로홈런포를 작렬시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은 1회말 김태균(한화)의 볼넷과 송지만(현대)의 안타로 만든 기회에서 이범호(한화)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미국에 2-0으로 앞서 나갔다.
한국의 선발투수 손민한(롯데)은 1회 위기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2회, 3회 5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했지만 3회 2사 후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네티 레즈)에 솔로홈런을 허용하며 2-1로 바짝 쫓기게 됐다.
미국에 1점 차로 쫓기던 한국은 3회말 선두타자 이승엽이 볼넷으로 걸어나가고 후속타자가 몸에 맞는 볼과 희생번트로 맞은 기회에서 이범호의 3루 땅볼로 이승엽이 홈을 밟아 다시 3-1을 만들었다.
한국은 3-1로 불안한 리드를 하던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민재(한화)의 2루타와 이승엽의 고의사구로 맞은 기회에서 김태균 대신 최희섭이 대타로 기용됐다. 최희섭은 볼카운트 1-1에서 미국 투수 댄 휠러(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3점홈런을 날려 6-1로 크게 앞섰다.
여태까지 부진을 씻어내려는지 한국의 타선은 멈추지 않았다. 6회말 이병규(LG)의 볼넷과 이종범이 에러로 출루한 후 김민재의 안타로 이병규가 홈을 밟아 7-1로 누르며 사실상 승부를 확정지었다.
손민한 3이닝, 전병두(기아) ⅓이닝,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 1이닝, 구대성(한화) 3이닝, 정대현(SK) 1⅓이닝, 오승환(삼성) ⅓이닝 을 나누어 던지며 미국의 초호화 강타선을 단 3점으로 막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은 9회초 켄 그리피 쥬니어와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가 각각 1타점을 기록하며 7-3까지 맹추격에 나섰지만 2사 후에 등판한 오승환이 치퍼존스(애들랜타 브레이브스)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미국 타선은 한국의 특급 계투진에 철저히 농락 당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병살타를 날리는 등 철저히 틀어막혔고 윌리스, 휠러 등의 미국 계투진은 한국의 매서운 방망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한편, 이승엽은 대회 5호째 홈런을 기록했고, 4회말 2사 2루에서 대회 첫 고의사구로 걸어나가며 강타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