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과 양형
구속과 양형
  • 김광호 기자
  • 승인 200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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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검사와 판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검사는 법률에 따라 엄정하게 공소권을 행사해야 하고, 판사는 적법하게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고 있는 것일까. ‘장기에서의 여왕(queen in chees)’이란  말이 있다. 장기를  두는 여왕은 체스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있다. 흔히 말하는 ‘법의 잣대’나 같은 말이다.
최근 법 적용의 형평성이  논란을 빚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사한  범법자를 처벌함에  있어 어떤  사람은 불구속으로, 또 어떤 사람은 구속해 수사한다.
재판도 마찬가지다. 판사에 따라 형량이  들쭉날쭉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얼마전 이용훈 대법원장이 법관들에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을 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법의  형평권을 존중해야한다는 뜻이었다.
범법자에게도 신체의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다. 형사소송법이 구속의 사유를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로  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인신  구속에 신중을 기해 기본권의  유린을 최소화하자는 데 있다.
하지만 검사는 일단  실형이 예상될 경우  구속 영장을  청구하고, 판사도 영장을 발부한다. 대체로 판사는 실형 선고의 가능성이 있으면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즉,  사안의 중대성과 실체적 진실 발견 등을 구속의 사유로 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의 양형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판사의 재량권이 남용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들  때도 있다. 이를테면, 먹고  살기 위해 어쩌다 저지른  생계형 서민 범죄자들에게는 생각보다 무거운 벌을 주고, 권력과 돈에는 관대한 양형을 접할 때마다 ‘이건  아닌데’ 하고 탄식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정상 참작’은 서민 등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들에게 적용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다시 동종의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를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구속 영장을 기각하는가  하면 유사한 범죄도 구속, 불구속이 다르게 나온다.
형법은 양형의 조건을 ‘범인의 연령,  성행(性行),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을 고려토록 하고 있다. 너무 추상적이라 아마도 판사들도 판결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을 줄 안다.
실제로, 유사한 범죄인데도  판사에 따라 양형이  다른 경우가  많다. 가령, 100명의  피고인을 기준으로  할 때  집행유예 선고율이    A판사는 60%, B판사는 30% 밖에 안된다.  A판사에게 걸리면 운이 좋은 것이고, B판사에게  걸리면 운이 없어  대부분 실형을 살아야 한다. 이것은 법원 스스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법의 목적은 안정성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법적 안정성은 판사와 검사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다. 부당한 판결 또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형평권 역시 마찬가지다. 판사는 엄격한 법률 적용으로 인해 초래될 가혹함을 완화할 수 있는 판결을  해야 한다. 판사에게 재량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도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을  중시한 때문이다.
구속과 양형에 검사와 판사의 재량권이 남용돼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체계적이고 일관된  구속 요건을 마련해  특히 정치  권력과 재벌에 관대한 검찰과 법원이라는 쓴소리를 듣지 말아야 한다.
판사에 따라 크게 다른  양형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시킬 수 있다.
제주지방법원도 곧 구속 영장 발부 기준과 양형 기준을  마련한다고 한다. 어떤 기준이 나올지  모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말 그대로 엄정한 법률  적용과 양심이다. 그래야  인신 구속과  양형에 ‘장기에서의 여왕’이 아닌 판사가 될 수 있다.
아무쪼록 이번 기회에 ‘무전(無錢).무권력=구속.실형, 유전(有錢).권력=불구속.집행유예’란 듣기 싫은 말이  더 이상 회자되지  않았으면 한다.

김   광   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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