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기만 한 재산 증식 기술
그것은 희망이었다. 무지렁이 백성들도 얼마든지 재산을 불리고 떵떵거리며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빈곤을 다스리는 실질적 대안이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 그것은 확실한 양극화 해소방안의 하나며 국부(國富) 창출의 틀림없는 길라잡이나 다름없었다.
최근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공개한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재테크’에 대한 느낌이 그렇다.
역설적(逆說的)이지만 그들의 놀라운 재산 증식 기술이라면 나라경제도 살리고 빈곤층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기 때문이었다.
지난 1년 사이 대통령을 포함한 장겶耽?국회의원 판겙講?등 고위공직자 1075명은 한 사람 당 평균 9900만원대의 재산을 늘렸다.
이중 80%가 재산을 불렸고 1억원 이상 늘어난 공직자도 26%나 되었다.
대통령도 각종 증권이나 펀드 등에 투자해 36.1%의 수익률로 9447만원을 늘렸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평균 7300만원, 참여정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도 수 천 만원 씩 부지런히 재산증식 대열에 참여했다.
월급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쓸 것 다 쓰며 생활비를 빼고 저축과 주식투자로 이렇게 재산을 불렸다니 대단한 재테크다.
국가 경영도 그렇게 했으면
고위공직자들의 재테크. 그렇다. 그것을 억지로라도 ‘희망의 메시지’로 엮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대통령을 비롯한 장겶耽?등 재산공개 공직자들은 우리 나라를 이끌어 가는 실질적인 권력의 핵심들이다.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개혁 코드형 주류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재산을 불리는 일에 열심이듯, 백성들에게도 열심히 일자리를 만들어 먹고 살수 있게는 해줘야 마땅한 일이다. 재산 증식 요령이라도 알려줬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들의 부지런한 재테크가 개인의 치부(致富)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가경영에도 부지런했어야 했다.
그래서 정책순위의 우선은 경제 살리기와 양극화 해소에 뒀어야 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하질 못했다. 자신들은 증권이건 펀드건 열심히 재산증식을 하면서 남들이 그러면 사갈시(蛇蝎視)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다수를 자극해 가진 자들에게 적개심만 부추겨 왔다.
이것이 고위공직자들의 재테크가 백성들로부터 냉소를 받는 이유다.
고위공직자들의 재테크를 ‘백성들의 희망’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 역시 박탈감에 열불 나는 절망적 패러독스나 다름없다.
떳떳하다면 왜 부끄러워하나
삼성경제연구소는 2005년 우리 나라 20% 하위계층 가구의 일년 소득을 1040만원이라 했다.
그런데 고위공직자 한 사람의 일년사이 재산증가액은 평균 9900만원대, 1억원 이상 늘어난 사람도 26%이나 된다. 양극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를 말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잘 나가는 고위직이 양극화를 선도한 것이 아닌가.
잘먹고 잘입고 잘 쓰면서도 고위공직자가 일년사이 불린 재산 1억원은 가난한 하위계층 20% 사람들로서는 10년 동안 아무 것도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꼬박꼬박 저축해야 가능한 금액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합법적 재테크는 부러움의 대상은 될지언정 부끄럽거나 지탄받을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 재산공개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고위공직자들의 묘기 대 행진 같은 재산 줄이기 행각은 어처구니없고 역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재산 증식이 떳떳하지 못하고 부끄럽기 때문이 아니던가.
이번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가 부러움보다는 백성들의 가슴에 냉기를 뿜고 냉소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위공직자 재테크의 역설은 여기서 비롯된다.
집권세력은 부끄러워 얼굴 붉힐 일이다. 이제는 제 배만 불리지 말고 정신차려 거덜나는 나라살림을 돌봐야 할 때다. 그 놀라운 재산증식 기술로.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