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 속에서 인기가 있는 어느 교육대학에 수능 73점(400점 만점)인 체육특기자 학생이 특별전형으로 합격한 사실이 얼마 전 화제가 되었다. 그 대학 홈페이지에는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와 있었는데, 눈길을 끈 것은 의견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논리적인 주장을 적극적으로 편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이 과거보다 열려있음을 느낀다. 난감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논리적으로 문제에 접근하여 합리적인 해답을 얻어내는 사고가 과거의 가부장적 교육시스템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 비해 유연함을 알 수 있다. 이를 보면서 우리 교육의 초점이 과거보다 좀 더 논리적인 사고방식으로 맞추어진 결과로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으로 길러진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했을 때 가장 문제시 되는 어려움이 바로 논리적인 사고의 결여이다. 교수의 노트를 그대로 옮기는 시험답안지를 모범답안지로 제출하며 여전히 자신의 창의력의 날개를 스스로 꺾는 퇴행적 학습행위는 대학에서도 여전하다. 교육선진국의 경우 우리와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교육방법에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할 것을 요구받고 치열한 논쟁 속에서 스스로의 논리적 사고를 길러내는 교육을 받고 자란다. 그로인해 자신의 생각의 틀이 확대되고 어떤 문제에 대한 판단 속도 또한 빠르며 상황 적응을 쉽게 해나가는 인격체로 형성된다.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펼 수 있는 자신감으로 인해 자립심 또한 길러진다. 그러다보니 사회에 나와서도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고 국제사회 무대에서 기업 간이든 국가 간이든 협상테이블에서 늘 당당하다. 그 반면 좋은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필요한 시기에 자신의 논리를 펴지 못하여 결국 경쟁력에서 뒤지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안을 들고나간다 하더라도 매 상황마다 논리적인 순발력과 재치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협상에서 결코 유리할리 없다. 현대사회에서 적극적이고 논리적인 자기표현은 필수조건이다.
가끔 “넌 정말 논리적이야”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의미 속에는 칭찬 보다는 오히려 삶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딱딱한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인상이 짙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태도 속에는 ‘인생은 논리적으로 딱딱 들어맞는 것이 아니야’라며 오히려 ‘논리적’이라는 의미를 부정적으로 몰아넣는 묘한 심리가 들어있다. 그런 사람들에 있어서 논리적 사고는 문제해결의 방법이기 보다 형이상학적으로 사고의 가치를 높이는 자신의 우아한 삶의 태도를 강조하는 듯 보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삶은 논리적이지 않고 살아갈수록 알 수 없는 신비감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 논리적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부딪치더라도 스스로 결론을 찾아내는 능력을 지니게 되고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자립적인 생활태도를 지닌다. 결국 그런 태도는 누구에게 경제력을 의지하지 않고, 무슨 일에 있어서도 남을 탓하지 않는 성격으로 연결된다. 우리의 주입식 교육은 의존적인 성격을 형성시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어른을 키우는 결과가 되고 있지 않을까.
제주의 ‘삼다’ 중에 ‘여자가 많다’라는 것은 제주 여인들의 강한 삶의 의지, 또는 지혜로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과거 제주 여인들은 척박한 현실에 당당하게 부딪히며 남자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립심이 강했다. 늘 생활에 기죽지 않고 당찬 그런 제주 여인을 가르친 학교가 바로 제주 섬이다. 그렇듯 과거 제주의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은 생활 자체에서 터득한 합리적인 생활로 가정을 꾸려나갔다. 일본이나 육지부에 유학을 떠난 남편을 대신하여 모든 문제를 해결하곤 하였다. 고단한 삶과 환경 속에서 주저앉지 않고 물질을 하고 밭일을 하고 살림을 꾸려나갔다.
삶은 어쩌면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할 의무가 주어진다. 특히 어려울 때일수록 무엇인가를 결정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시간이 급박한 경우는 더더욱 어렵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앞뒤를 판단하여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제주여인들의 강인함은 지금도 우리 피 속에 흐르고 있다. 그런 강인함으로 인해 외형상 여성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부드러운 억양과 동떨어진 군더더기 없는 정으로 인해 조금은 딱딱하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알게 되면 딱딱한 껍질 속의 달콤한 과즙처럼 제주 여인들의 내면에는 후덕한 정이 흐르고 있음 또한 금방 느끼게 된다. 삶의 지혜를 습득하며 자립심을 고취시켰던 제주 여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제주를 합리적인 교육의 중심으로 우뚝 세우고 세계화 속에서 당당하게 활동하는 제주인을 길러내기를 기대해본다.
강 연 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