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공부만 마무리 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지요"
지난달 28일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운영하는 중증장애인 평생교육 제주장애인야간학교 현판식에서 만난 이승훈씨(34).
이씨의 이처럼 소박한 소망은 한편으론 씁쓸함을 안겨줬다.
7살 때 발병한 류마티스 관절염은 이씨를 휠체어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형편으로 만들었다.
이로인해 이씨에게 허락된 학교생활은 고등학교 1학년까지가 전부다.
하고 싶다는 의지만으로 안 되는 게 이씨와 같은 중증장애인들의 현실이다.
'몸도 성하지 못한데 뭘 하겠어'라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때마다 이씨는 거듭된 좌절을 맛보지만 한편에선 더욱 공부해서 무엇인가 해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에 대한 거대한 편견의 벽을 넘기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수업에서 배제당하는 심각한 교육차별은 물론이고 입학거부, 수업참여거부, 부모참여 배제…
사회는 장애인들에게 거듭된 시련과 씻지 못할 상처만 주고 있다.
이씨처럼 교육에 목마른 장애인들에게 '제주장애인야간학교'는 사막을 헤매다 찾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10대에서 60대까지 누구나 배우고 싶은 시민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으로 글 읽기 과정에서부터 검정고시 대비반까지 마련돼 스스로 자신감을 되찾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기초적인 기반을 마련하는데 더없이 좋은 공간이 될 것으로 장애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때마침 또 다른 반가운 소식도 들리고 있다.
장애 영아교육은 무상교육으로, 유초중고 과정은 의무교육으로 규정하는 장애인교육지원법이 이달 중에 발의된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못 배운 설움'을 겪는 이씨와 같은 장애인들에게 이처럼 경제적 물질적 지원보다 절실한 것은 진심으로 이들과 함께 미래로 나가려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열린가슴이 아닐까.
한 애 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