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세대와 998834이다
실버세대와 998834이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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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노년을 어떻게 맞으려 하십니까? 세계일주여행이라도 다니면서 노후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 하십니까? 아니면 자식들의 효도 속에 행복한 삶을 생각 하십니까? 우리 모두는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를 넘어 무사히 직장생활을 끝냈건만, 이후의 삶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것이다.  사회 환경이 말이다.
90세를 넘어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이다. 지금 노년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늙으면 병원 출입이 늘어나고  밥 먹는 횟수보다 약 먹는 일이 많아진다.
그리하여 생겨난 신조어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3일만 앓다 죽는(死)다는 것. ’ 가장 행복한 노년이라는 뜻이 998834‘이다.
옛날부터 인생의 5복은 수(壽),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는 장수이고, 부는 부유함이고, 강녕은 건강한 몸과 여유 있는 마음이다. 유호덕은 도덕을 지키는 것을 낙으로 삼는 것일 것이다.  그러니 인생은 적선(積善)적덕(積德)으로 삶을 유지하라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1971년 62.3세이던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2003년 77.5세로 늘어났다. 1인단 국민1인당 소득은 254달러에서 1만 4000달러로 소득은 성장되었다.
그러나 부는 상대적인 것이다. 재산이 늘어났어도 옆집 뒷집은 40평 아파트인데 자신만 25평형 아파트라면 이 부는 상대적 빈곤감으로 부는 부가 아니게 된다. 그렇지만 강녕(건강한 몸과 여유 있는 마음)은 끊임없는 “관리”가 요구된다. 이 “관리”는 70대까지는 가능 할지 모른다. 그러나 8,90대에는
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만 같아서 자신의 늙음을 걱정하는 것이다.
어느 노인 요양원에 근무하는 한 복지사의 말이다.  “어느 여름 날 초저녁에 요양원 앞에서 치매 노인을 만났는데, 치매부모를 간병할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자식들이 고민 끝에 유료 양로원 앞에 버리고 간다는 것이다.  자식이 없는 치매 노인은 정부지원 받는 요양원에 수용 될 수 있으나 자식이 있는 치매노인은 기초 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데 이러한 부모를 둔 자녀들 중에는 제 밥벌이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서 이런 일이 가끔 생긴다는 것이다. 현대판 ‘고려장’이다
옛날에는 ‘오래 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축하받고 존경받는 일로 환갑 찬치, 칠순 찬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슬픈 일이다. 슬픈 일이기 때문에 더욱 거창한 찬치를 벌렸는지도 모른다. 늙음을 어떻게 합리화, 승화 시켜도 그 밑바닥에는 축축한 슬픔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들은 나이를 밝히기를 즐겨하지 않는다. 부끄럽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생일을 잊고 지내기 일쑤다. 바빠서 그런 것도 아니다. 굳이 의식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태어난 사실을 원망하는 염세주의자는 더욱 아니다. 사실적으로 나는 낙천적으로 살려고 무척 노력하는 편이다. 부자도 아니지만 분수에 비해 많은 돈을 기분으로 쓰는 편이다. 
나는 솔직히 생일이 되어 나이를 따져 보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근년에 와서 이 두려운 생각은 더욱 심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상이라는 사람도 있고, 허무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부질없는 무름이다. 누가 인생의 의미를 대답해 줄 사람이 있단 말인가, 지금까지 어떤 성현도 못했고 앞으로도 못 할 것이다. 수십 권의 철학책을 읽어보라. 인생이란 이런 거라고  규격화된 대답이 있었던가. 인생이란 자기가 의미를 붙이기 나름일 것이다.
우리들은 흔히 5복5복 하지만 ‘죽는 복이 좋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 악처가 효자보다 낫다.’고 한다. 부부해로(偕老)로 998834는 고종명을 향한  긴 장정(長程)의 여정이다. 늙음을 슬퍼하는 자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998834로 붙이고 웰엔딩만 생각하며 살기를 권하고 싶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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