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쇼트트랙 신화를 이룩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26일(한국시간) 벌어진 쇼트트랙 경기 3종목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안현수(한국체대)와 진선유(광문고)는 대회 3관왕에 올라 세계 최고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위풍당당한 한국 선수들의 기세 앞에 어떠한 견제도 통하지 않았다. 한국은 26일 새벽 이탈리아 토니노 필라벨라 빙상장에서 벌어진 쇼트트랙 여자 1000m와 남자 5,000m 계주에서 또 다시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 5,000m 계주는 올림픽 기록(6분43초386)을 세우며 92년 알베르빌 올림픽 이후 14년만에 금메달을 따내 기쁨을 배로 늘렸다. 안현수, 이호석(경희대), 서호진(경희대), 송석우(전라북도청)를 내세운 한국은 레이스 초반 3위를 지키며 신중하게 플레이를 했다.
18바퀴를 남겨두고 안현수가 처음 1위로 나섰지만 다시 8바퀴를 남겨두고 캐나다에 밀려 2위로 쳐져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두고 최종 주자로 나선 안현수가 반바퀴를 남겨놓고 위력적인 스피드로 단숨에 역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로 쇼트트랙 경기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앞서 벌어진 여자 1,000m 경기에서도 진선유가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 선배 최은경(한체대)과 중국의 왕멍, 양양 A와 함께 결승에 오른 진선유는 1,2위로 나란히 나선 중국의 견제로 인해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한채 줄곧 3위로 달렸다.
그러나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2위로 달리던 양양 A를 제친 진선유는 여세를 몰아 3/4 바퀴 가량을 남기고 선두 왕멍까지 가볍게 체쳐 단숨에 메달을 금색으로 물들이는 위력을 발휘했다. 최은경은 3위로 들어왔지만 실격처리돼 아쉽게 동메달을 놓쳤다.
한편 남자계주 금메달의 일등공신인 안현수는 500m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금메달은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폐막 하루를 남겨둔 현재 종합 6위를 기록해 역대 최다 메달이자 최고 성적을 기록했으며, 남녀 쇼트트랙에 걸려있는 총 8개의 금메달 중 6개를 휩쓸었다.
안현수와 진선유 선수의 올림픽 사상 첫 3관왕을 비롯한 숏트랙 금메달 6개는 그동안의 역경과 내분을 딛고 일어선 것이서 더욱 값진 것이었다.
"결과를 지켜보자,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서도 내분을 격고 있는 쇼트트랙 대표팀에 대한 징계 요구가 거셌을 때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이 한 말이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사실 동계올림픽이 임박해서까지 내분으로 바람잘 날이 없었다.
코치진 선임 문제를 놓고 벌어진 학부모들과의 대립은 선수들의 선수촌 이탈,폭행 사건 등을 낳았고 올림픽 개막 한달 전까지코치와 선수들이 끼리끼리 분리돼 훈련을 하는 등 갈등을 빚어 왔다.
끊임 없이 이어지는 내분에 쇼트트랙 강국의 이미지가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이었으나 당시 선수들은 오히려 담담한 표정들이었다.
학부모와 코치들의 손에 이끌려 선수촌을 이탈하기도 하고 팀웍이 중요한 쇼트트랙에서 서로 떨어져 훈련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어른들의 다툼에서 벗어나려는 듯 오히려 훈련에만 열중했다.
이에리사 선수촌장의 말대로 '선수들을 믿어야하나' 걱정이 많았던 상황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은 우리 선수 끼리의 메달 경쟁을 우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토리노에서의 어린 선수들은 어른들의 갈등과는 반대로 팀성적을 위해 자신을 버렸다.
남자 1천오백 미터 이호석의 은메달, 여자 1천오백 미터 변천사의 노메달이 금메달 보다 더욱 값지게 보인 것이 이 때문이다.
한국올림픽 사상 첫 3관왕 두명.동계올림픽 역대최고 성적은 우리 선수들의 기량과 함께 이같은 마음가짐이 빚어낸 결과였다.
[CBS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