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지사의 '키워드'
김태환지사의 '키워드'
  • 김덕남 대기자
  • 승인 200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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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지 않은 정치 행태에 비판

정치를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한다.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가변성(可變性)을 말함이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비스마르크의 정치 격언도 확대해석 하면 이 같은 정치 가변성의 범주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경험했었고 체험하는 정치 현실은 이처럼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협잡과 거짓말과 변명과 말 바꾸기가 뒤범벅되어 놀아나는 요지경속이나 다름없다.
선거철만 되면 권력의 양지만을 찾아 이 당 저 당 기웃거리는 철새 정치인들, 제 잇속만을 위해 소신과 원칙을 헌 신짝 버리듯 팽개쳐버리고 카멜레온처럼 부지런히 색깔 바꾸는 파충류형 정치꾼들, 이들이 둥지를 트는 '정치 처마'는 그래서 분명 온갖 술수가 어지럽게 춤추는 복마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5.31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지방에서도 발단의 경위가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이런 정치 행태가 도민들의 안줏감으로 부지런히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명분약한 한나라당 탈당 명분

이런 의미에서 김태환지사의 지난 17일 한나라당 탈당은 그가 의도했든 아니든 불유쾌한 정치 가십의 중심에 서기에 충분하다.
억울하고 속 터지는 일이지만 '자연인 김태환'으로서는 불행한 일이며 '정치인 김태환'으로서도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온당치 못한 처사와 비겁하고 야비하기까지 한 '따돌림'에 모멸감을 참지 못하고 탈당했다고 했지만 그것으로 탈당 명분을 엮고 식언(食言)을 한 변명으로 삼기에는 아무래도 약하다.
김지사는 지난달 27일 "어떤 경우든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정정당당하게 경선에 임하고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현명관씨가 입당한 후의 발언이었다.
이후 달라진 상황은 없었다. 그런데도 공개발언의 침도 마르기 전에 '자존심과 모멸감'을 이유로 정계 은퇴설을 흘리며 탈당을 감행했다. 공인으로서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을 뭉개버린 것이다. 모호한 탈당 명분이다.
그렇기에 "감정적 대응에 앞서 좀더 진중하고 당당해야 했었다"는 비판이 많다.
역사는 갖은 모멸과 능욕을 참아 큰일을 일궈낸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탈당은 당내 경선 부담을 피하며 정치적 핍박을 받았다는 인식을 극대화하여 도민정서를 자극시키고 동정심을 유발시키겠다는 고도의 선거전략용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소신과 원칙지키는 지도자 필요

이런 분석은 사실상 비슷한 입장이나 다름없는 강상주 서귀포 시장의 "아무런 동요없이 끝까지 당당하게 당내 경선에 임하겠다"는 입장과 비교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무튼 "김지사는 탈당은 했지만 불출마 등 정계은퇴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어떤 형태로든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열린우리당 전략공천설과 무소속 출마설이 엇갈려 설왕설래하고 있다. 도민적 관심은 여기에 집중된 형국이다.
그러나 만약 김지사가 다른 당으로 말을 갈아타 출마한다면 엄청난 비난에 직면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비겁한 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원칙도 소신도 책임감도 없는 정치 철새라거나 카멜레온 식 색깔 바꾸기의 정치행태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협량과 꼼수의 청치 술수'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도덕성과 신뢰성에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말을 갈아탄다고 졸개가 장수가 되고 장수가 졸개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할 김지사의 키워드 무엇이어야 하나.
김지사가 도민 자존심을 거론했듯이 제주인의 자존에 상처를 내지 않는 일이다. 그것은 정치적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정당정치의 극복이다.
제주발전의 단계를 앞당기겠다고 출발하는 제주특별자치도는 그래서 원칙과 소신을 지키고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과 비전을 갖푼 책임감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일찍이 간디는 나라가 망하는 징조중 하나로 '원칙없는 정치'를 꼽았다. 이는 원칙이 실종되는 오늘의 제주상황에도 유효한 교훈이다.
 

  김   덕   남 ( 주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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