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속도 조절 불가피”
취임 즉시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뜨거운 감자’인 재건축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칫 한순간에 자신을 시장으로 밀어 올린 ‘부동산 민심’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탕진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 시장은 서울 집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자신의 공약인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집값 안정과 재건축 규제 완화는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는 ‘두 마리 토끼’인데 이걸 동시에 포획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MBN 방송에 출연해 재건축 속도와 관련 “사실 ‘1주일 내 시동을 걸겠다’고 한 말은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했다.
그는 “도시계획위원회 개최나 시의회 조례 개정이 되려면 한두 달, 두세 달 걸리는 일”이라며 “요즘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과열되는 현상도 나타나서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서두른다고 일이 술술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른바 ‘오세훈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최근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도 큰 부담이다.
이처럼 서울 도심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불안하게 움직이자 정부와 여당, 서울시 의회가 동시에 출격해 오 시장을 견제했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14일 브리핑에서 “보궐선거 전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서울의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관계기관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 시장의 우군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지난 13일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강남구청장으로서 볼 때 오 시장의 규제 완화 방침은 일단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집값 상승을 우려해 재건축 속도를 조절해왔다”며 “집값 억제도 좋지만, 주민 주거복지 해결을 위해서도 재건축을 서둘러야 하고, 아파트 층고를 일률적으로 35층 이하로 못 박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