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쐈던 5·18 계엄군, 유족 찾아 무릎꿇고 사과
민간인 쐈던 5·18 계엄군, 유족 찾아 무릎꿇고 사과
  • 제주매일
  • 승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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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으로 고인 사망 용서 구해

유족 “용기있게 나서줘 감사”
‘사죄와 용서’ 5·18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연합]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이 자신의 사격으로 사망한 희생자의 유족에게 사죄와 용서를 구했다.

가해자가 자신이 직접 발포해 특정인을 숨지게 했다고 고백하며 유족에게 사과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 A씨와 희생자인 고() 박병현 씨 유가족의 만남이 성사됐다. A씨가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고 유족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조사위에 밝혔고, 유족 역시 가해자의 사과를 수용하면서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A씨는 자신의 총격으로 고인이 숨지게 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는 어떤 말로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드려 죄송하다저의 사과가 또 다른 아픔을 줄 것 같았다고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다.

유가족에게 큰절을 올린 A씨는 지난 40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유가족을 이제라도 만나 용서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A씨의 사과에 대해 고인의 형인 박종수(73) 씨는 늦게라도 사과해줘 고맙다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용기 있게 나서주어 참으로 다행이고 고맙다과거의 아픔을 다 잊어버리고 떳떳하게 마음 편히 살아달라A씨를 안아줬다. 5·18 당시 25살 청년이었던 고인은 농사일을 도우러 고향인 보성으로 가기 위해 남구 노대동 노대남제 저수지 부근을 지나가다 순찰 중이던 7공수여단 33대대 8지역대 소속이었던 A씨에 의해 사살됐다. A씨는 조사에서 순찰 중 화순 방향으로 걸어가던 민간인 젊은 남자 2명이 저희(공수부대원)를 보고 도망가자 정지할 것을 명령했다겁에 질려 도주하던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사격을 했다고 진술했다.

조사위는 그동안 조사 활동을 통해 A씨의 고백과 유사한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향후 계엄군과 희생자 유가족 간 상호 의사가 있는 경우에는 만남을 적극적으로 주선해 사과와 용서를 통한 과거사 치유에 기여할 계획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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