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현명한 판결에 감사 명예 되찾을 수 있었다”

“공소사실의 입증은 검찰의 몫이다. 검찰은 이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6일 4·3 사건당시 불법 군법회의로 희생된 행방불명인 333명과 일반재판을 받은 생존수형인 2명 등 335명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유족과 생존수형인들은 박수를 치며 만세를 외쳤다.
재판부는 이번 재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요성, 역사적 의미가 크다며 법정 촬영을 허가했다. 제주지법에서 촬영이 허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제주4·3은 극심한 혼란기에 당시 청년이었던 피고인들에게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한 사건”이라며 “국가로서 완전한 정체성을 찾지 못한 시기에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셀 수 없는 개인이 희생됐고, 유족들은 오랜 기간 연좌제의 굴레에 갇혀 지금까지 지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선고로 피고인들과 그 유족들에게 덧 씌워진 굴레가 벗겨지고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들은 저승에서라도 마음 편하게 지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유족 대표들은 “사건을 신속히 처리해준 재판부와 검사에게 감사하다. 현명한 판결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일반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고태삼 할아버지와 이재훈 할아버지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 직후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구순이 훨씬 넘은 나이가 돼서야 평생의 한을 풀 수 있게 됐다”며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지만 이제는 한을 풀고 명예롭게 지낼 수 있게 됐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