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만에 무죄 아버지 기일날 명예 되찾았다”
“72년만에 무죄 아버지 기일날 명예 되찾았다”
  • 김진규 기자
  • 승인 2021.0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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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행불인 희생자 이시진씨 아들 이석종 할아버지
“하늘에서 알고 계실 것…마음 속 응어리 풀었다”
5세때 아버지를 잃은 이종석씨가 72년만에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았다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제주4·3 사건 당시 옥살이를 하다 행방불명된 희생자인 이시전 씨의 아들인 이종석 할아버지(78)는 72년만에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5세 때 아버지를 잃은 그는 백발노인이 되고서야 마음속 응어리를 풀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6일 335명의 제주4·3사건 관련 재심사건에서 이시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1948년 내란실행 혐의의 누명을 쓰고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다.

이시전 씨는 1999년 국가기록원(당시 정부기록보존소)의 2530명의 4.3수형인 희생자명부에 포함됐다. 그 역시 1948년 12월과 1949년 6~7월 두 차례에 걸친 불법적인 군사재판에서 제주도민 2530명이 총살을 당하거나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중 형무소에서 병들어 사망, 또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종석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언제 어디서 돌아가신지 몰라서 생일날을 기일로 정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며 “아버지의 기일에 무죄를 선고 받아 더 없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72년을 기다렸다. 늦게나마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아 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오늘 제사상에서 아버지에게 ‘그동안의 마음속 응어리를 풀라’고 말할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어머니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제주4‧3행불인유족협의회장은 “유족들이 재심이 이뤄지기까지 평생을 고통의 날로 보냈지만, 오늘 무죄 판결로 한을 풀 수 있었다”며 “그러나 행불인 재심은 1/10 정도만 이뤄졌다. 앞으로 단 한명의 억울한 영령들이 없도록 행불인유족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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