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4·3 사건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된 희생자 331명에 대한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옥살이를 하다 행방불명된 331명에 대해 18일자로 개시 결정을 마무리했다.
행불인 대다수가 한국전쟁 전후에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희생됐다며 2019년 6월 3일과 2020년 2월 18일 두 차례에 걸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은 유죄 확정판결에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의심이 있을 때 판결을 받은 자의 부당함을 시정하기 위한 비상구제절차다. 법원이 재심을 받아들인 것은 법적 요구가 충족됐다는 것을 뜻한다.
당초 4·3 사건과 관련된 재심을 심문해야 하는 제주지방법원도 고심이 깊었다.
300명이 넘는 행불인 재심 청구 피고인 사건이 제각각이어서 개별적으로 기록하는데 어려움이 있는데다,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데다, 자칫 ‘정치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심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앞선 4·3희생자 재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법원도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원은 전례를 찾기 힘든 수백여 명의 동시 재시 청구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특별기일을 정해 일괄 정식재판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21일 행불인 재심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만큼, 이번 재심에서도 무죄를 구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결심공판 당일 법원도 무죄 판결을 했기 때문에 이번 재심에서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제주4·3추념식 전 재심을 청구한 행불인 희생자 전원이 명예를 찾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