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관계 조직문화서 발생”
![지난 25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news/photo/202101/216193_69320_1540.jpg)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주된 근거는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나온 증거와 이를 본 참고인들의 진술, 두 사람의 불평등한 직장 내 권력관계다.
경찰·검찰의 잇단 판단 유보로 피해 사실 없이 피해자만 존재하는 사건이 될 뻔했으나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의 비교적 명확한 조사결과가 조사 착수 5개월여 만에 나온 셈이다.
인권위는 “성희롱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며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비서는 서울시장의 지근거리에서 사적인 업무까지 수행했으나 엄연히 직장 내 불평등한 권력관계 속에 있었으며, 박 전 시장의 말과 행위는 고용상 위법한 성차별이라는 설명이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사진·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손을 만지는 등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는 피해자 A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한편 참고인의 진술이나 증거가 없는 일부 사례는 A씨 주장의 일관성·구체성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조사자가 사망으로 인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사실관계를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피해자 A씨의 성폭력 사건을 가장 먼저 접한 기관은 경찰이다.
A씨 측은 지난해 7월 8일 박 전 시장을 강제추행·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경찰은 5개월여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으나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공소권 없음’으로 지난달 29일 수사를 마쳤다.
검찰도 성추행 여부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이 피소 당일 밤 임순영 전 젠더특보 등을 만나 ‘A씨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있으나 “문자메시지의 존재 여부 및 내용은 본건 수사 대상과 무관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반면 법원은 비교적 명확히 성추행이 존재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