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이브를 이틀 앞둔 22일 밤 9시 30분 제주시청 대학로.
예년 같았으면 성탄절과 연말연시 분위기로 북적거렸던 제주의 대표적인 번화가였지만, 인파는커녕 네온사인이 꺼진 깜깜한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을씨년스러웠다.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연말이지만, 제주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조치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최대 번화가도 불황이 불고 있다.
간간히 불이 켜진 가게도 있었지만 손님은 없고, 종업원 또는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장사를 마무리하고 뒷정리를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아내와 함께 고깃집을 운영하는 임모씨(43)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이후 성탄절이나 연말연시 특수는 생각 조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아르바이트생을 쓸 여력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어렵다”며 “하루빨리 코로나가 지나가길 바라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텅 빈 시청 거리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길게 줄지어 정차돼 있었다.
한 택시기사는 “시국이 시국인 만큼 모두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손님이 줄어든 만큼 수입도 줄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위해 사람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찾는 고객이 줄면서 대리운전 업계도 비상이 걸린 건 마찬가지다.
대리운전 기사로 일했던 고모씨(43)는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을 때도 눈에 띄게 손님이 줄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금은 셧다운 상태라고 봐야한다”면서 “본인은 지금 대리운전을 그만 뒀다. 현재 남아있는 대리기사 상당수도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 인구가 급감하면서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n차 감염 확대 등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시름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