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간이 끝났다.
영등굿과 함께 액운이 없는 기간을 따라 우리 조상들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퍽 합리적인 전통처럼 전해내려 오는 생활화된 연례행사가 제주도 세속 풍습인 신구간이다.
제주도는 얼마 전, 2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였다.
간부공무원인 과장급 이상 승진이 56명, 조직의 허리에 해당하는 사무관급 승진이 82명, 다른 부서로 수평 이동된 전보가 124명으로 축하 광고가 지방지를 메우는 모습으로 잔치 기분이다. 뒷말도 무성하다.
<인사가 만사> 라고 만인들이 이야기 하듯이 사람 씀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기 때문에 어떤 행사보다도 중차대하다.
조직에서 사람을 쓰는 일을 평가해보면 대충 갈 길을 짐작하게 된다.
오늘날 한국 경제의 GDP의 17.4%를 차지하고 있고 수출 527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1% 로 한국 제일을 뛰어넘어 세계적 기업군을 일군 삼성그룹의 성공비결 중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창업주 故 이명철 회장의 ‘사람쓰기’가 유명하다.
세상을 떠난 후에도 용병술의 달인이라고까지 평하고 있고 그 전통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 결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삼성그룹이 BRAND 가치가 세계 20위라고 비즈니스위크지는 발표하였다.
제주도의 인사행태를 보건데, 극도로 전문성이 요구되는 세계유산 책임자가 1년 사이 4명이나 바뀌고 문예재단 처장도 5년 사이 7명이나 바뀌는 잦은 교체가 있었고 컨벤션뷰로 책임자도 1년 사이 3명이나 자리를 옮기는 상황이니 업무의 효율과 영속성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그저 업무파악이나 하다가 세월 보내는 식이 되었다.
더 큰 폐해는 소신과 철학, 철저한 프로 근성보다도 열서기, 눈치 보기, 줄대기, 자기 사람 심기로 체질화 ? 상례화 되어 가는 것이다.
이래서는 조직의 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재를 발굴하거나 쇄신하는 정책이나 인재풀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언제나 인재난이며 인사의 난맥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보니 마냥 세월이 가면 승진이고 출세하니 늘어가는 것이 새로운 도전이나 학습이 아니고 보신과 안일이다.
그나마 이정도 현상 유지하는 것은, 산불이라도 나면 토, 일요일 없이 만사 제쳐놓고 자기 기름 써가며 산간을 오르내리는 헌신적 공복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과 방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조직치고는, 동북아의 중심축이며 국제자유도시임을 뛰어넘어 홍가포르를 건설하겠다는데 의욕에 비해서 필요한 전문인력이 보이지 않으니 전혀 실감이 가지 않는다.
이제는 지방치를 한지도 12년.
금년 선거 후에는 16년째가 되어간다.
횟수로 성인이 가까워가니 제발 철 좀 들었으면 한다.
선거 때만 되면 벌 떼들처럼 일어나 제주역사를 바로 세울 것 같은 기세로 온갖 무지개 빛 공약과 일꾼임을 자임하며 자기선전에 열중하면서 행사나 경조사나 챙기는 꼼수로는 원대한 계획은 이뤄지지 않는다.
제주도 현실은 이렇게 한가하지 않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고뇌의 결심이나 진정한 고민을 하여주길 바란다.
더 좋은 설계를 위하여 신구간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고 몇 푼의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변두리를 두리번거려야 하는 영세서민들이 더 많은 고달픈 경제 현실을 읽어주길 바란다.
각 종 통계보다도 이 차가운 겨울철 한복판에 서있는 민심을 헤아려주길 바란다.
나는 영등굿하는 선무당이라도 되고 싶은 심정이다.
새로운 컨셉을 만들자.
2006년 지방선거는 제발 신기원이 이뤄지길 바란다.
김 희 배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