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식량위기' 가능성 대두
'스마트 농업' 등 대응책 마련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 내에는 특별한 농업용 비닐하우스가 설치돼있다. 폭 52m에 길이 86m, 높이 16m, 총면적 4천500㎡(1천350평)에 달하는 '고온극복 혁신형 쿨링하우스'(사계절 하우스)가 그것이다.
사계절 하우스에서는 뜨거운 여름철에도 공기 순환과 햇볕 가림막 등을 이용해 실내 온도를 낮춰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다. 뜨거운 공기는 하우스 상층으로 떠오르고, 찬 공기는 하층으로 가라앉는다는 대류 현상을 이용해 찬 공기가 바닥에 머물도록 했다.
권기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관은 "사계절 하우스는 바깥과 실내 환경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내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기후변화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며 "기술의 힘으로 기후 변화를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이 지난 7월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될 경우 21세기 말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4.7℃ 올라갈 전망이다.
21세기 말까지 전체 농지 중 작물 재배에 적합한 지역(재배 적지)의 비중은 배의 경우 1.7%, 포도와 복숭아는 각각 0.2%, 2.4%로 급감할 수 있다.
반면에 아열대성 과일인 감귤과 키위, 망고 등의 재배는 크게 늘어나는 한반도의 '농업 지도'가 바뀔 전망이다.
수산업도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파도에 직면했다.
김창신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빈번해진 악천후로 조업일수가 줄면서 전체 어획량이 감소하는 등의 피해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양뿐 아니라 크기도 줄어든다. 평균 수온이 상승하면 대형 종보다 소형 종의 플랑크톤이 더 많이 번식하게 되고, 이들을 먹이로 삼는 물고기도 크기가 작아진다는 얘기다.
올해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인 러시아를 포함해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 심한 가뭄이 들었다. 식량 수출 1위 국가인 미국은 지난 9월 한때 전국의 43%가 가뭄에 시달렸다.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태풍이 미국 본토에 상륙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대유행에 세계 식량 공급망이 큰 타격을 받자 식량 가격이 폭등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계 최대 쌀 생산지인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식량 수출 제한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큰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018년 기준 46.7%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의 식량을 수입해 충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 식량 위기라는 악몽 같은 상황을 예방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기후위기를 막는 것이다.
최적화된 농가 관리를 통해 기존 재래식 농업보다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스마트 팜'(Smart Farm)은 이러한 위기 극복 노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물 인터넷을 접목한 스마트팜은 컴퓨터, 스마트폰 등으로 온도, 습도 등의 재배 환경을 원격으로 확인하고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있다.
권기범 농업연구관은 "포도와 같은 과수나 채소 등은 이미 시설 농업으로 점점 전환하고 있다"며 "재래 농업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어 일정하게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설 농업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