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카드를 사용한다. 그런데 건망증이 심해서 음식물을 버린 후 카드를 가지고 와야 되는데 그냥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카드 충전을 많이 하지 않음으로써 나의 건망증을 보완한다.
그런데 며칠 전 경비 아저씨가 불러 세우더니 혹시 음식물 카드 잃어버리지 않았냐고 하시면서 내가 잃어 버렸다고 생각한 카드를 건네주는 것이다. 물론 카드에 우리 집 호수가 표시되어서 돌아왔겠지만 여하튼 너무 기뻐서 환호성을 질렀다. 몇 천원에 이렇게 감동하냐 하겠지만 내가 받은 것은 같은 아파트 사람의 양심과 청렴이었다.
우리는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공적인 일을 공평하게 처리해야 한다.
민원인이 사업을 신청하거나 심사를 요하는 사업에 공모할 때 민원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준비해서 신청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혹시 나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뒷 배경이 없어서 안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번 쯤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공무원을 믿지 못해 학연, 지연 등 조그마한 인맥이라도 찾으려고 노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학연 지연 없이 정말 자신의 자료만 믿고 신청했는데 공정한 심사를 거쳐 생각지도 않게 선정이 된다면 얼마나 기쁠 것인가. 아, 정말 공무원은 공정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구나 하고 느낄 것이다.
공무원의 청렴은 그런 것이다.
아무 힘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당신은 우리 사회에서 당신의 실력으로 인정받은 사람입니다’라는 확신을 주는 것, 그리고 그것이 곧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
또 하나 가끔 억지를 부리는 민원인 전화를 받는다. 짜증을 내는 나에게 동료직원이 해준 말이 지금도 뇌리에 남는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우리한테 전화해서 그럴까요.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분의 마음이 풀린다면 그거라도 해줍시다.’ 세상 사는 게 공정하다고 느끼지 못할 때 그분들이 기댈 곳은 공무원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공무원들이라도 공정하게 일처리를 하는 것, 그리고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 주는 것. 그것이 청렴이다.
얼마 되지 않는 음식물 카드를 찾았을 때 그 기쁨과 감동을 청렴한 공무원의 자세로 민원인에게 그대로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