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선거구 획정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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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리 고장에 기초자치단체가 없어지게 됐나.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현행 자치시(自治市)와 자치군(自治郡)을 없애야만 특별자치도가 성립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무튼 도내 4개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도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서나마 영원히 없어질지도 모를 ‘기초자치단체의 모습과 기능’을 어느 정도 확보하지 못하면, 지방자치에 있어서 주민의 기본권은 그냥 상실되고 말게 된다.
제주도내에는 7읍5면이 있다. 북제주군 4읍3면과 남제주군 3읍2면이 그것이다. 그런데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되면서 도내에는 ‘대읍(大邑)소면(小面)’이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도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면서 규모가 작은 면(面)을 인근의 큰 읍(邑)과 합쳐 선거를 치르도록 했기 까닭이다. 때문에 그동안 4차례의 도의원 선거에서 면(面)출신이 당선된 선거구는 한 군데도 없었다. 보나마나 결과가 뻔한 일이기에 출마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 남제주군의 한 선거구에서 예외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곳 당선자도 엄밀히 따지자면 읍(邑)태생이다.
이와 같이 이른바 소면(小面)주민들은 30여년 만에 부활되는 지방자치의 기쁨도 만끽하지 못한 채, 도의원 한 사람 선출하지 못하면서 철저히 소외만 당해왔던 것이다. 그나마 이들 주민들은 군의원 1석을 가지고 위안을 삼아왔다면 삼아왔다고나 할까. 지금 우도면과 추자면 주민들이 독립선거구를 강력히 요구하는 것도 이러저러한 연유가 뿌리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면, 겨우 군의원 1인이었던 그 대표 자리마저도 없어지는데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있겠는가.
선거구는 전체의 선거인을 선거인단체로 구분하는, 즉 표준이 되는 지역을 말한다. 이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단위인 지역구를 가리킨다. 선거구는 유권자인 국민(주민)의 의사를 ‘선거에 어떻게 반영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어서 선거구의 획정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선거구를 획정하는데 는 ‘인구대표성’과 ‘지역대표성’ 등, 주로 이 두 가지원칙을 가지고 결정하게 된다. 인구대표성은 표(票)의 등가성(等價性)을 기준으로 하여 가급적 인구 비례에 맞추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개개인이 행사하는 투표권의 가치가 평등해야 함을 뜻한다. 그러나 이를 완전히 보장하는 나라도 없고, 또 그렇게 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지역대표성은 인구의 많고 적음을 떠나 지역단위 차원에서 대표를 뽑는 것이다. 이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지역에 대표자가 집중되는 결함을 보완하면서, 각 지역의 특성과 이익을 대변할 수 있게끔 하려는 제도이다. 인구대표성이나 지역대표성, 두 가지 모두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음은 물론이다. 어느 한 가지 원칙만을 고수(固守)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주도의 경우, 지역대표성을 우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기회에 7읍5면을 독립 선거구로 해야 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도의원 정수를 지역구 29인을 포함, 총 36인으로 대폭 증원하였다. 지역구 29인 가운데 12인은 지역대표성을 감안하여 7읍5면에 각각 1인씩 배분하여야 한다. 지난 15년간 해당 지역에서 도의원 한 명 뽑아 보내지 못했던 주민들을 생각해 보라. 군의원 마저 없어지는 현실에서 이들 주민들의 고유 자치권을 박탈할 수는 없지 아니한가. 제주시는 인구가 많아서 지역대표성을 적용한다면 의원정수가 줄어들어 아쉬운 마음도 크겠지만, 제주시민 다수가 읍 · 면지역 출신들이어서 너른 이해(理解)와 양보(讓步)가 있을 터이다. 1960년 4.19이후에 치러진 12.12 도의원 선거에서도 지역대표성 곧, 시 · 군 균등비례제를 도입하여 인구에 관계없이 제주시와 북제주 · 남제주군 공히 6인씩 18인으로 정한바 있다.

이   용   길 (제주산업정보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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