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지나칠 정도로 불신이 팽배해 있다. 여기저기서 불신의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고, 갈등과 대립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현재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 대부분은 모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문제점에서 출발한 것들이다.
이들 핵심쟁점 사안 하나하나가 그 존재적 가치와 함께 과거의 폐해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쟁점사안의 본질보다는 각 집단의 이해에 따른 명분과 당리당락에 매달려 대안의 선택을 거부한 채 상대방에게 일방적이고 완전한 승복을 요구하는데서 사회적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게다가 집단사고에 의해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의심하고 적대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을 잃게 되면, 투쟁은 격화되고 그로인한 혼란과 피해는 실로 막심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하고 다르면 나쁘다는 생각이 몸에 배어있다.
서로를 용인치 않고 상대방의 의도에 대해 의심부터 하고 보는 태도로 인해 우리사회가 결코 적지 않은 비용과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형국이며, 불신으로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것은 나쁘다기 보다는 나에게 다양성과 자극을 주는 좋은 것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오늘날 글로벌 시대에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갖지 못한다면 어떤 국가도 집단도 개인도 궁극적으로 생존하기 힘들다.
신용사회란 바로 이런 신뢰에 기반을 둔다.
신뢰는 절차와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편이다.
법과, 규칙, 제도에 대한 존중이 신뢰형성의 기본이며 그렇게 쌓인 신뢰를 통해서 사회구성원들은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상호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신뢰는 경쟁력이다.
신뢰가 ‘강력한 사회적 자산’으로 자리 잡히지 않고는 사회의 성숙과 국가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신뢰가 없이는 바람직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것은 물론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어렵고,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어렵다.
우리는 이미 경제적으로 외환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신뢰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실감한 바 있다.
따라서 제도적 신뢰 구축 메커니즘을 만들어내고 정책적·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상호 신뢰 메커니즘을 창출해내는 일에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사회의 전 구성원이 나서야 할 때이다.
먼저, 정부 차원에서는 공정한 사회적 자원관리와 투명한 정책과정,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과 결과의 공정성을 기하고, 동시에 집단 간의 폭넓은 의사소통 채널을 쌓아 신뢰 구축 의지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정책적· 제도적 차원의 신뢰 구축 메커니즘을 만들어 내야 한다.
기업과 노조도 마찬가지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호신뢰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 신뢰에 바탕을 둔 협력적 노사관계의 구축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노조가 합리적 행동으로 사회적 신뢰를 쌓는 일이 우선돼야 하지만, 기업 역시 투명한 경영으로 사회적 믿음을 얻어야 한다.
각 개인들도 정부 차원의 신뢰 회복 정책과 발을 맞추어 자발적이고 조화로운 사회질서를 구축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의 동의와 협조가 없이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자신만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고 상대편은 아니라는 독선과 상호불신보다는 나의 신뢰가 국가와 사회를 바꾼다는 생각으로 내가 먼저 움직이자.
이 광 래 (제주관광대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