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원단, 일출봉에 올랐다.
새벽녘 2006년 첫 해를 맞이하기 위하여서다.
새해의 의미를 가슴 속 깊이 새기며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소망을 빌어보고 싶었다.
허나 아침 햇살이 희망대로 훤하게 떠올라주지 않았다.
흐린 날 구름 속으로 정오 즈음해서야 간드러지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이 그곳을 찾은 많은 이들의 희망대로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내주지 않은 것처럼 2006년 제주의 모습이, ‘지방 자치 60년’과 특별자치도 시작과 더불어 제주국제자유도시 라는 화려한 청사진이 도민의 뜻대로 펼쳐질지 궁금해졌다.
아니 이러저러한 계획과 일정이 실현될까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일출봉에서 하산하여 주변 주민들과 신년인사를 기원하였으나 시원한 대답은 없었다.
올 해 경제 상황이 국가부도사태인 I.M.F 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우리가 피부에 와 닿는 민초들의 아픔, 잠 못 이루는 평범한 서민 가장들의 소리를 우리는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제주 도민 1인당 GDP는 전국 16개 도시 가운데 강원도에 이어 11위로 하위이며 농민 1인당 부채는 4,525만원이고 소득은 3,900만원 이다.
이는 부채비율 부분에서 전국 두 번째로 높고 이와 맞물려 고통지수가 7.7, 만족대비 9위로 지난해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전문적인 통계를 길게 늘어놓을 필요도 없이 해마다 급상승하는 부채액의 상승은 오늘의 고통보다도 내일의 희망을 상실시키고 있음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제주 경제의 자화상을 이야기 하고 싶다.
동북아의 중심축임을 외치며 대망의 지방자치가 시작 된지도 10여년이 지났다.
흘러가는 세월의 열 묶음을 디케이드(decade) 라고 한다.
급변하는 세계의 흐름으로 보건데 10년의 묶음은 한 세대에 해당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지나간 지방자치의 성과를 돌아보고 지난 세월의 교훈을 깨닫고 그 세월의 매듭에서 분명한 전환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의 앞으로의 100년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2006년은 벌써 이렇게 다가왔다.
그렇다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10년 전 행적과 언행, 약속과 실천 그리고 그간의 모든 행보를 거슬러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산남과 산북, 동편과 서편, 현지인과 외지인, 학연, 혈연 등 이러저러한 연줄로, 인기에 영합하여 행해지는 지방정치의 폐해는 그대로 도민의 몫으로 남아져 버린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10년 전의 제주의 모습과 지금의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고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이러한 물음에 대해 확실히 책임을 묻고 올바른 선택의 방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주의 미래는 아득한 안개 속 미로처럼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때 그 때의 말잔치에서 끝나버린 선거 풍토 역시 바꿔야 한다.
2006년의 지방선거는 정체된 제주를 일신시킬 지도자를 찾아내야 한다.
지도력 부재에서 오는 통합의 상실, 분열, 분리, 이기주의, 기회주의, 철학의 빈곤, 사명감의 부족 등 현재 여러 가지 역기능을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는 지도자가 절실히 요구된다. 방향전화의 새로운 기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각성과 노력이 요구된다.
어디 한 곳 막힘이 없이 선(善)순환이 제대로 이뤄져야 제주의 장래는 밝아질 것이다.이는 인재의 몫이다.
새해 첫날 일출봉 산자락을 내려오며 만감이 교차함을 느낀다.
김 희 배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