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남한 시장(市場) 개방, 통일의 초석이다
북한에 남한 시장(市場) 개방, 통일의 초석이다
  • 제주매일
  • 승인 202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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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기업이 남한에서 영리활동을 할 수 있게 정부가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 초안이 공개됐다. 북한기업의 남한 내 경제활동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수익을 인정하고, 남측 노동자 고용도 허용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는 비핵화 문제에만 매달리지 않고 남북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선한 대북정책이 나왔다고 우선 평가할만하다. 진취적이고 창의적이다.

동업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개정안 초안에는 남북경협 활동 등을 정의한 경제협력 사업내용이 들어있다. 남한과 북한의 주민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상대방 지역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이 북에 가서 기업활동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기업이 한국에 와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보장하는 근거를 새로 더했다.

남북 간의 균형을 맞춘 이 법안에 의하면, 남북 주민은 먼저 상대방 지역이나 제3국에서 공동투자 및 결과에 따른 이윤을 분배할 수 있다. 또 증권 및 채권, 토지, 건물, 지식재산권은 물론 광업권과 어업권 등을 가질 수 있다. 이밖에도 북한주민이 한국에서 사업을 할 때 제3국 기업과 합작을 할 수 있고, 한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수도 있다. 북한기업의 한국시장 내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영리활동을 허용하는 내용들이다. 북한기업이 한국에 올 때를 대비한 근거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북한에 사실상 우리의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연내 정부입법으로 발의될 예정이다.

정부가 이번에 30년 만에 교류협력법을 대폭 개정키로 하면서 강조한 것은 ‘남북 상호주의’다. 우리 기업이 북에 가서 사업하는 것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처럼 북한기업이 한국시장에 와서 영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를 국내법에 담겠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의 남한경제 진입은 공산(사회)주의 체제의 주민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익숙해 지는 하나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또 더 크게 봐서는 이 조처야말로 민족 동질성 회복의 지름길이 될 현책(賢策)이다.

이 개정안은 예전의 사고로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혁명적’ 내용들을 담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해온 ‘양안(兩岸)협력’ 내용들이 타산지석이 됐다.

이와 관련해 주목하고자 하는 발언이 있다. 신임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의 얘기다. “남북이 협력해 공존 번영하고 동북 3성과 연해주로 삶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우리의 미래다.” “통일은 나중에 이야기해도 좋다.” 그렇다. 어느 날 갑자기 두 체제가 하나로 합쳐지는 일이 가능하겠는가. 통일은 두 체제가 닮아 가는 것이다. 국경에 관계없이 하나의 경제 공동체를 지향하다 보면 갈라진 민족은 언젠가 저절로 하나의 동질집단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 개정안은 그러나, 기존 국제사회 주도의 각종 대북 제재와 충돌하는 대목이 많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회원국들이 자국 내에서 북한 기업체나 개인들과 기존 및 새로운 합작사나 협력체를 개설, 유지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이 유엔 제재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뿐만 아니라 그 추진 시기도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도“이 법안은 기존 경제협력규정을 상향 입법한 것”이라며 “대북제재를 포함해 해결돼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유엔 대북제재에 어긋나기 때문에 당장의 실현 가능성보다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이라는 설명이다.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남북이 서로 협력을 하려해도 국제사회는 이를 쉽게 용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좌절할 경우 한국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는 우리의 지상과제다. 우리는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이 문제에만 목매달고 있을 수는 없다. 남북협력과 교류는 또 다른 문제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데 어느 나라, 어느 누가 우리를 돕겠는가. 우리 내부의 일부 우려와 국제사회의 저항이 있더라도 자꾸 시도하고 부딪혀야 한다. 그것은 당위(當爲)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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