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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치(三不治)란 말이 있다. 환자가 병을 고칠 수 없는 세가지 경우를 뜻한다. 옛 중국 한대(漢代)의 명의 창공(倉公)이 갈파한 것이다.
삼불치의 그 하나는 병을 앓으면서도 약 먹기를 기피하는 일이요, 그 둘은 무당은 믿되 의사는 믿지 않는 일이요, 그 셋은 근신하지 못하고 몸과 마음을 박대하는 일이다.
비슷한 말로 육불치(六不治)도 있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의 명의 편작(扁鵲)이 설(說)한 바다. 즉 첫째가 환자 스스로 오만 방자하여 도리에 어긋 나는 짓을 하는 것이요, 둘째가 건강보다 재물을 더 중히 여기는 것이요, 셋째가 먹고 입는 정도가 지나침이요, 넷째가 음양이 고르지 못함이요, 다섯째가 지나친 허약으로 약조차 쓸 수 없음이요, 여섯째가 의사 대신 미신을 믿음이다.
편작이나 창공은 모두 2000여년 전 사람들이다. 아무리 명의요, 신의(神醫)라고는 하나 그들은 어디까지나 미개시대에 살던 의술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인공 장기-인공뼈-인공 피부까지 만들어 “인생 살이 150년시대”를 열려는 최첨단시대의 우리들이 보더라도 삼불치-육불치 설에는 고개가 끄덕여 진다.
오는 5월 31일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지방선거는 종전과 다르다. 시-군 통합으로 인해 도지사와 도의회 의원만 뽑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제주도 지방선거가 종전과 또 다른 중차대한 측면이 있다. 그것은 제주특별차치도 출범 후의 첫 도지사와 첫 도의회 의원들을 선출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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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새로 부여되는 위치와 권한으로 볼 때 가위 “특별자치도 대통령”, “특별자치도 국회의원”이라 할 만 하다. 바로 이들 지역대통령, 지역국회의원을 뽑는 게 5. 31선거다.
그래서 그런지, “자치도 대통령”은 물론, “자치도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자천-타천의 인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국회 유시민 의원의 입각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지도자 양성론을 편데 대해 정동영 전 통일은 “가장 큰 가난은 인물 가난인데 매우 좋은 일”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아마 정부-여당이 인물난, 지도자난으로 애를 태우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에 비하면 “자치도 대통령감”-”자치도 국회의원감”이 줄을 이을 정도로 넘쳐 나고 있다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러나 과거 역대 도지사-도의원-기초의원 중에는 실망을 안겨 준 경우가 전혀 없지 않아 첫 자치도 도지사-도의원에 혹시 정신적, 사고적(思考的), 도덕적으로 창공-편작의 삼불치-육불치에 해당하는 환자가 뽑히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따라서 5. 31 선거 때에는 유권자들이 최소한 삼불치-육불치만이라도 각 후보들에게 대입시켜 그런 환자들을 걸러 내는 현명함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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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느 후보가 육불치 중 하나에라도 해당 되는지를 골라 내야한다. 첫번째 불치인 교만하고 방자하여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할 후보, 두 번째 불치인 몸(도민 및 자치단체-의회 시스템)의 건강보다도 재물을 더 탐내 이권이나 찾아 다니고 남 몰래 뇌물이나 챙겸직한 후보. 셋번째 불치인 먹고 입는 것이 지나쳐 호화판 향응 대접이나 받고, 근무 시간, 혹은 회기 중에 업자와 골프장에 드나들 후보, 넷번째 불치인 음양(陰陽)을 조화시키지 못하는 후보, 즉 자치단체와 도민, 의회와 자치단체, 사회 각 계층과 계층, 지역과 지역, 찬성과 반대, 개발과 보존 등등 “제주도”라는 유기체에 내재한 음과 양을 조화시킬 능력이 부족한 후보, 다섯번째 불치인 너무 쇠약(골이 비어 아는 게 적음)한 후보, 여섯번째 불치인 의사(충고자)를 믿지 않고 헛무당(아첨배)의 부추김이나 듣는 후보, 이러한 인물들을 솎아내지 않으면 유기체인 제주도와 그 속의 도민들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난치병이나 불치병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편작이 말하지 않았는가. 육불치면 반드시 죽는다고 말이다.
선거 앞으로 4개월여. 결코 많은 시일이 아니다. 도민들은 미리부터 누가 육불치에 걸렸는 가를 자세히 살펴 두었다가 그날은 실수 없이 표를 찍자.
김 경 호 ( 상임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