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이어의 기적을 꿈꾸는 새해 아침
오병이어의 기적을 꿈꾸는 새해 아침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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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남은 인생을 시작하는 첫해’라는 얘기로 시작의 의미를 더하기도 하는 새해 벽두에 한 공무원의 미담을 들었다. 힘들게 공직생활을 해오며 담배를 끊어 모은 돈, 쉬는 날 막노동에 밀감을 따고 날라서 모은 돈, 자그마치 일천만원, 이 돈은 자기계발을 위하여 박사과정 밟기 위해 한푼 두푼 모았던 돈이란다. 그런데 그가 이 돈을 그늘진 곳에 희망의 불씨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으로 내어놓았다. 그것도 익명으로 말이다.

이 신선한 미담은 지천명의 문턱 가까이에 다다른 새해 아침에 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어떻게 살아왔는가? 공직생활에서 많은 것을 누려 왔으면서도 정작 공직을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내 욕망의 가지를 뭉뚝 잘라내어 타인을 배려한 일이 있었던가? 이제껏 사소한 마음 씀으로 혼자 자족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망연자실하게 됨은 물론이다. 남다른 의미로 사십대의 마지막 한해를 열정적으로 불사르리라 던 내 새해 다짐도 이제는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앞서고, 미담의 주인공에게 자연 고개가 수그려진다. 이제 내 자신부터 이러한 조그만 불씨가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숨결을 보태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가슴 한 구석에 염치를 담아 새해설계를 수정해 봐야 하겠다. 이를테면 현재 하고 있는 작은 봉사활동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오늘은 내 남은 삶 중에 가장 젊은 날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도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이러한 자성과 결심을 할 수 있게 된 데 더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 제주는 주5일근무제 실시와 함께 제주미래를 선도할 행정체제의 개편,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 추진에 발맞춰 공직자의 자기계발의 열기가 여느 때보다 높다. 물론 자기계발도 좋지만 이번 선행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도 관심의 눈길을 쏟고 더불어 모두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익명의 공직자께서 박사과정의 꿈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아니, 이 정도 마음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제주사회가 박사학위라도 줄 수 있어야 한다. 아는 건 많아도 실행하지 못하는 알량한 지식보다야 이 선행이 우리 사회에 훨씬 더 값진 게 아닌가?

작년 세밑에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 내걸린 광화문글판에는 ‘오병이어(五餠二魚)’가 새겨져 있었다. 한 어린이가 내놓은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명을 먹였다는 기적의 밑바탕에는 누군가 가진 것을 먼저 내놓았다는 데 있다. 이 아름다운 공직자의 선행은 다시금 오병이어의 생명의 빵으로 2천년의 시공을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가슴속으로 헤집고 들어왔다. 이제 이 선행이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밝히는 횃불로 살아날 수 있도록 이 불씨를 소중히 키워나가는 손길들이 모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하는 복된 제주특별자치도로 거듭나기를 이 새해 아침에 소망해 본다.   

정   태   근 ( 제주도지방공무원교육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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