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학비리 전면조사' 전방위 압박
학생ㆍ학부모ㆍ동문 등 비난 여론에 굴복
개정 사학법에 대한 반발과 관련한 도내 5개 사학의 실력행사가 결국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5개 사립고 교장단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신입생 배정을 수용키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신입생 배정명단 수령 거부라는 극단의 행동에 나선지 3일 만의 일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했다는 교육적·도덕적 오점은 물론 향후 개정사학법을 둘러싼 반대투쟁에도 일정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도내 사학들의 신입생 배정거부 철회는 정부 차원의 초강수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도내 사립 5개고가 배정거부 움직임을 보이자 시.도 부교육감회의를 열어 엄정 대응 의지를 재확인하고, 김영식 차관 등을 제주로 급파, 구체적 대책을 협의하는 등 기민하게 대처했다.
제주지역에서 불을 끄지 못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 배정거부 움직임이 확산돼 3월 ‘입학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사학들이 학생들을 볼모로 끝내 신입생 거부에 나설 경우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시정요구, 고발조치, 임원승인취소, 임시이사선임 등 법이 정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청와대는 신입생 거부행위를 ‘헌법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간주, 사학비리 전면 조사에 착수하는 등 모든 행정적, 사법적 절차를 단호하고 신속하게 시행할 것이라며 사학을 압박하고 나섰다.
여기에다 지역사회 여론 또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도내 사립고 신입생 배정 거부 소식이 알려지자 학부모·시민단체·정당들이 일제히 ‘학생들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이라며 강력히 규탄하고 나서 사학의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해당 학교 총동창회까지 비난 대열에 합류하면서 학교장들이 커다란 심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도내 사학은 개정 사학법에는 반대하지만 처음부터 능동적으로 움직였다기보다는 한국사학법인연합회와 대한사립중고등학교법인회 등의 결정에 마지못해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번 도내 5개 사립고의 신입생 배정 거부 때 사학법인 관계자들이 직접 내려와 교장과 이사장들을 설득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장단은 여론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악화되고, 사학비리 전면조사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신입생 배정거부 카드를 끝까지 고집해 봐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도내 사립고들이 신입생 배정거부 방침을 철회하자 부산과 전북, 대구 등 상당수 사립고들도 관망세로 돌아서 사학의 신입생 배정거부 사태는 일단 진정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서울은 물론 지방의 많은 사립고들이 사학법인연합회 등 상급단체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사태의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