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ㆍ낙선 급속진행…방치 땐 산 정상 사라질수도
도, '담수보전 붕괴방지 용역'후에도 입장 못 정해
필요성 공감하면서도 시행여부 '딜레마'
한라산 백록담 정상부 북벽 및 서북벽을 중심으로 붕괴 및 낙석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정작 이를 복원해야 할지를 놓고 제주도가 딜레마에 빠졌다.
특히 제주도는 2억7300만원이라는 거액의 국비를 투입, ‘백록담 담수보전 및 암벽붕괴 방지방안 용역’을 최근 마쳐 붕괴방지 및 복원대책 까지 용역단으로부터 제시 받았으나 정작 복구작업을 벌여야 할지 여부조차 결정을 미루고 있다.
등산로와 달리 자연적으로 풍화작용 등에 의해 붕괴되고 있는 백록담 정상부 북벽 일대에 대한 붕괴 및 낙석 등 ‘자연현상’을 인위적으로 복원해야 하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복원 및 예방사업 등을 미룰 경우 한라산 백록담 훼손과 함께 민족의 영산인 한라산 정상이 옛 모습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복원사업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지난달 20일 ‘한라산 백록담 담수보전 및 암벽붕괴 방지방안’에 대한 최종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점 등을 보완한 최종 마무리 용역보고서 작성을 마쳤다고 8일 밝혔다.
△무너지는 한라정상
용역팀은 당시 백록담 서북벽 암반인 조면암(화산분출 때 현무암에 앞서 발생된 암석)은 매우 심하게 풍화됐을 뿐만 아니라 백록담 정상부의 북측과 서벽 남벽은 다양한 형태로 암반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백록담의 조면암은 풍화작용에 의해 강도가 떨어져 암석으로서의 가치가 소멸되고 토사화가 시작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용역팀은 백록담의 담수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경사면에서 유실된 토사가 흘러내려 백록담 바닥(차수막층) 위에 쌓여 담수 바닥면이 높아진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용역팀은 1950년대 이전에는 백록담 바닥에 모래 함량이 적고 투수속도가 느린 차수막이 형성돼 물이 많이 고였으나 그후 경사면의 토사가 유실되면서 차수막층 위에 쌓여 담수 높이가 낮아졌다고 밝혔다.
용역팀은 백록담 고도가 1800m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친환경적으로 암반 붕괴와 낙석을 억제시키고 백록담의 미관도 해치지 않은 네트 공법이 최적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목소리 제각각
지난 4일 추사 김정희 유물 전달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던 유홍준 문화재 청장은 백록담 복원과 관련, “백록담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중요한 관점은 첫째가 자연보전원칙이어야 한다”고 담수화 사업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피려했다.
유 청장은 특히 "자연원상 그대로 보전하는데 있어 자연침수를 포함해 토담이 허물어져 백록담 면적이 좁혀지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보강공사를 할 것인지, 담수를 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그대로 놔두는 게 좋은 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면서 "한번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시행하는 것 보다 확실한 검토를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유 청장의 발언은 자연현상에 대해 ‘인위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특히 제주도는 일출봉과 용암동굴 과 함께 한라산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신청, 인위적 복원사업의 선택폭을 더욱 좁혔다.
제주도 역시 복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처럼 제반 상황들을 고려,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허송세월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한라산 정상북벽 복원 문제는 앞으로 자문위원회와 전문가 의견 및 문화재청 등의 의견 등이 제시된 후에야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