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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도 전국 처음 제주에서부터다.
이른바 ‘개정 사학법 반대 투쟁’의 선봉에 제주지역 사립고등학교가 나선 것이다.
제주도 교육청은 5일 전국 처음으로 2006학년도 평준화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 신입생 합격자와 배정학교를 발표했다.
제주시내 사립 인문계 고등학교인 오현고 306명, 대기고 272명, 남녕고 170명, 신성여고 272명, 제주여고 272명 등 5개 고등학교에 1292명을 배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인문계 5개 사립고등학교에서는 이날 배정된 명단 수령을 거부했다. 이들 학교에서는 9일로 예정된 예비소집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한국사립중고교법인 협의회의 신입생 배정거부 결의에 따른 첫 실력행사로 전국적 파문의 기폭제로 작용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는 사상 최악의 교육대란 사태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간 걱정스럽고 불안한 것이 아니다.
교육의 파국을 부를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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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를 이처럼 악화일로로 몰고 간 책임은 분명 정부겳㈃玲?있다.
사학의 격렬하고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모든 사학을 비리 집단으로 몰아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한 사학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날치기 통과 시켰기 때문이다.
사학들은 전국 2077개 사립학교중 비리사학으로 연루된 학교는 35개교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비리연후 사학은 전체 사학의 1.6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종교계 사학 등 전체 사학을 비리집단으로 몰아 개방형 이사제를 관철시킴으로써 재산권 침해와 건학이념을 훼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비리사학 처벌은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비리사학에 대한 임시이사 선임 등 기존의 제도적 장치로도 관리할 수 있는데 개방형 이사제 도입의 새 사학법은 사학 경영체제를 강제로 변형시켜 사학의 자율성을 억누르겠다는 불순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아무튼 제주지역 사립고등학교를 시작으로 한 ‘학생 배정 거부 운동’은 연초부터 우리교육 최대의 ‘태풍의 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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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고등학교들의 2006학년도 신입생 거부운동 등 ‘사학법 파동’의 최대 피해자는 학생들일 수밖에 없다.
사학법 파동이 정리되지 않고 장기화했을 때 학생들은 소속학교가 없이 방황하는 비정상적인 상태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시내 인문계 고등학교에 배정된 1292명이 신학기까지도 학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그 혼란과 교육적 파장을 어떻게 수습할지 생각만 해도 무섭고 아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학법을 밀어 붙였던 정부와 여당은 열린 마음으로 사학법 시행을 일단 유보하고 재심의 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는 정책 후퇴가 아니고 나라를 생각하는 용기있는 결단이기 때문이다.
강경 방침만으로는 사태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사학측도 숨고르기에 들어가야 한다. 새 사학법이 재산권 침해와 건학 이념 구현에 지장을 준다해도 학생들의 수업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교육적인 행태나 다름없다.
사립학교에서는 일단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새 사학법 반대투쟁은 다른 유효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헌재의 결정을 지켜보면서 개방형 이사제 도입 불응 등 법률 불복종 운동이든 뭐든 투쟁방법이나 수위를 찾고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강경 대응’이나 사학의 ‘강경 투쟁’은 더 큰 불상사만 부를 것이기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