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맹준 기자 mjjung@jejutimes.co.kr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한 사학의 반발이 신입생 배정거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되자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6일 도내 5개 사립고등학교의 신입생 배정 거부와 관련, 시민단체·정당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고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제주시지역 상당수 학부모들은 “사학재단이 아이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려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면서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난여론 확산 =참교육학부모회 제주지부는 이날 제주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왜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어야 하는지를 제주지역 사립고 5곳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개정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이미 제기한 만큼 사학재단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판결을 기다리라”고 촉구했다.
제주지부는 특히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부모 김모씨(49세, 제주시 일도동)는 “사학재단이 교육자로서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특히 아이들을 볼모로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해당 학교 졸업생들도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현고등학교 총동창회는 ‘신입생 배정 거부에 따른 입장’을 통해 “개정 사학법의 찬반을 떠나 어떠한 경우에도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돼선 안 된다. 하루속히 학생 입학 및 학사 일정을 정상적으로 계속 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당국 대응책 =도교육청은 당초 해당 사립학교와 접촉해 오는 9일까지는 배정 거부를 철회하도록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9일 오전까지 명단을 수령하면 신입생 배정에는 차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6일 오후 6시까지 사립고들이 예비소집에 필요한 조치를 확약하지 않음에 따라 학생 배정 거부행위로 간주해 단계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9일 학교장과 설립 경영자에게 시정을 요구하고 7일 이내에 명령에 불응하면 학교장과 설립 경영자를 고발 조치키로 했다.
교육부는 이어 15일간 임원취임 승인 취소를 계고한 뒤 임원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 학교장을 임명해 학교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신입생배정 거부부터 임시이사회에서 교장을 새로 임명해 학교를 정상화는 데까지 23일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파악했다.
교육부는 또 예비소집일 오전 10시 학교문을 폐쇄하거나 정상적인 예비소집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 도교육청에 전담팀을 구성해 예비소집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사태의 배경 =사립학교들이 신입생 배정 거부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사립학교법 개정에서 비롯됐다.
정부·여당은 사학재단 이사진의 4분의1 이상을 외부인사로 임명하는 이른바 ‘개방형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사립법을 지난 12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시켰다. 사학의 민주적 운영을 통해 투명성을 보다 강화하자는 취지다.
사학들은 이에 대해 사학법인을 공법인화하는 수준으로 결과적으로 재단법인의 사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립 중·고교와 종교계 인사 등은 개정 사학법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한 상태다. 사학들은 그 동안 헌법소원과 병행해 신학기 학생배정 거부 등에 나설 것임을 공언해 왔다.
이번 도내 5개 사립고의 신입생 배정 거부도 사학법인 관계자들이 직접 내려와 교장과 이사장들을 설득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망 = 도내 5개 사립고들이 실제 예비소집이나 등록까지 거부할지, 또 다른 시.도로까지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불을 끄지 못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 배정거부 움직임이 확산돼 올 3월 ‘입학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당국이 긴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교육부는 5일 밤 김영식 차관을 제주로 급히 보내 심야 대책회의 연데 이어 이튿날에도 전 제주도부교육감 김경회 인적자원정책실장과 윤웅섭 학교정책실장을 사학 설득에 안간힘을 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사학법인 측과 교육당국 사이에 접점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교육당국은 그러나 관선이사가 파견되면 사실상 학교의 주인이 바뀌기 때문에 사학들이 실질적인 배정거부인 예비소집과 등록절차를 거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입생 배정 거부에 대해 학부모·시민단체들이 일제히 ‘학생들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으로 강력히 규탄하며 사학들을 압박하고 나선 점도 사학들의 극단행동을 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