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시내버스 속에서 차비 때문에 버스 안내원과 승객 사이에 어디서 탔느냐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마오마오의 엄마는 훠커우에서 탔으니 1위안씩이 맞지 않느냐는 것이고 버스안내원은 신제커우에서 탔으니 1위안씩을 더 내라는 것이었다. 엄마는 억센 여인과의 말다툼에 승산이 없어보이자 억울해 하며 표를 더 샀다. 여중생 마오마오는 분했다. 신제커우에서 훠커우까지 걸어가며 책 등을 산 뒤 버스에 올랐는데 신제커우에서 버스를 탔다니. 마오마오는 목소리를 낮춰 엄마에게 속삭였다. “무슨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정말 말 같지 않아” 귀가 밝은 안내원은 이 말을 듣자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한 손으로 마오마오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한 손으로 목을 눌렀다. 목을 짓눌린 딸의 안색과 입술이 점점 하얗게 변해가는 것을 보고 힘의 약한 엄마는 안내원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비명만 질렀다. 이렇게 해서 기절한 마오마오는 던져지듯 버스 밖으로 밀려났고 결국은 죽었다. 마오마오가 죽어 갈 때 승객들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 기사는 덧붙였다. “이것은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다는 중국인 전통의 少管閑事(소관한사: 사오관시엔스)의 의식이 극명하게 표출된 사례이다. 그리고 홍콩의 시사주간지 亞洲週刊은 이 문제를 다루며 중국인들의 보신주의와 정의감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少管閑事, 적을 소, 주관할 관, 한가할 한, 일 사 라는 한자가 어떻게 이런 의미를 가지게 될까. 그러나 중국어로 여기서 少는 ‘....을 하지 말라’, 管은 ‘간섭하다’ 閑은 ‘관계가 없는’ 이란 뜻이다. 그래서 자기와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가 된다.
군인은 말했다. “우리들은 아이들을 데려가야 한다. 우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어디 명령서 좀 봅시다.” 하고 릴리가 요구했다. “아 그건 구두 명령이다.”하고 군인은 대답했다. “그건 명령이 없다는 말이군요. 서면으로 작성되지 않는 명령은 명령이 아닙니다. 더 하실 말씀이 없다면 저는 가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릴리는 단호하게 방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건물에서부터 정문까지는 족히 40m는 되었다. 그녀는 방문을 나가면서 군인들의 눈초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이곳을 ‘난 살아서 나가지 못하겠구나’하고 생각했다. .... 그리고 총성이 들리기를 기다렸다.”
외국의 한 부부가 어느 나라에 가서 버려진 아이들을 한 명씩 그들의 조그만 집으로 받아들여 키운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나라에 정변이 일어나 이 부부는 자신들이 죽음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 나라를 떠나야 했다. 이 부부가 국외로 탈출하는 일은 간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이들을 버려두고 갈 수가 없었고 그래서 출국을 불허하는 이 무서운 나라에서 아이들을 이웃나라로 감쪽같이 데리고 나가는 과정에서 일단은 성공했으나 그 아이들 나라 군인들이 이웃나라까지 국경을 넘어 쫓아 왔다.
거기서 이들 탈출자 일행은 릴리라는 한 여자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릴리는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 시켰다. 이제 릴리는 그 군인들에게 불려 간 다음 죽음을 각오하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아이들 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릴리가 정의감 하나만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있었다. 1986년의 일이다. 그 탈출은 성공으로 끝났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이런 삶(少管閑事와 같은 식의 삶)도 있고 저런 삶(릴리와 같은 식의 삶)도 있을 수 있고 그리고 그 중간 형태의 삶도 있을 수 있다.
중국은 강대국이 되어 가고 있고 그 영향력이 날로 커가고 있으며 그래선 중국에 의지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우리주위에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문제는 국력은 막강해져가지만 少管閑事의 중국인의 전통을 바꿀만한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학문적 연구나 종교, 사회적 전통이, 우리들이 인생 및 세계에 대해 보는 눈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준다. 그들의 이런 부면에서의 변화를 감지할 수가 어렵다.
허 계 구 ( 상임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