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꿈
새해의 꿈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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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거의 해마다 커다란 기대와 희망을 안고 새해를 시작하게 된다.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은혜야말로 언제나 새해가 우리에게 베푸는 아주 좋은 선물일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에는 매양 장미빛 인생의 광장만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서 우리를 우울하게 하기도 하고 낙담의 나락에서 헤매이기도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한 해는 자랑과 허물, 기쁨과 고통, 성취와 좌절의 명암으로 무늬지면서 흘러간다.
지난 해에도 우리는 꿈 속에서 화려한 성곽을 짓고 허물면서 바쁘게 나날을 살아왔다.

이제 거기에 얼룩진 허물들을 고발할 사람이 없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아파해야 한다. “육체의 질병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괘락이 있다. 그러나 영혼의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고뇌가 있다” (셰익스피어) 아픔 속에서 성숙하는 인생을 깨우치기 위해 우리는 허물과 좌절의 발자취를 찾아내야 한다.
물질만능과 이기주의, 지나친 찰나적 쾌락주의에 도취되어 우리는 진실이 외면담하고 규칙이 무시되는 거리를 뽐내며 활보하였다.

투기로 일확천금을 노렸고, 시위대열에 참가하여 주먹을 휘두르며 구호를 외쳤다.
대량으로 내버린 1회용품 쓰레기들이 양심을 마비시키고 오만의 악취가 되어 나에게 되돌아오지만, 나는 벌써 거기에 무감각해지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에 생명의 터전인 아름다운 자연은 처참하게 짓밟히고, 죽음의 문화는 우리 가정까지 황폐화시키려고 기승을 부린다. 한 해가 저물면서 우리는 참으로 충격적인 보도들에 접하고 생명이 쪼들리는 쓰라짐을 맛보았다.
배아 줄기세포 파문, 대형 파업 사태,그것들보다 더욱 쓰라린 것은 국회라는 기관이 의무를 포기한 채, 서로 증오하고 저주하면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얼마나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우둔하게 허물을 누벼 놓았던 것일까?

 그러나 새해의 아침에는 아름다운 꿈을 꾸어야 한다.
화려한 성곽을 짓고 허물기보다는, 우리가 저지른 허물을 용해시켜 자랑과 기쁨의 용광로에서 끓어 오르게 하는 꿈이다.
그리고 그 용광로의 작은 카본이 생명 중시라는 열을 내뿜는 근원이 될 때, 우리는 제대로 분홍빛 인생의 광장에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 광장이 있는 방향은 우리가 나아가는 앞길로 충분하다.
 생명 중시의 열을 내뿜는 카본은 바로 우리 가정이 무진장으로 간직하고 있다.
혼이 없는 신체가 사람이 아니듯이 생명력과 사랑이 없는 집이 가정일 수는 없는 것이다.

‘결손’ 가정이란 구성원의 결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참으로 우리 가정에서는 생명의 문화가 솟구치고 있는가? 생명의 탄생을 의도적으로 막는 일은 없는가? 세상의 불신풍조를 추스릴 수 있는 따스한 체온이 배어 있는가?
오히려 자기 중심의 습관을 길들이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말살시키는 일은 없는가? 물이 흐르지 않은 개울처럼 대화의 단절로 우울과 번뇌를 자초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러한 물은에 자신있게 ‘그렇다’ 고 대답하지 못할 때 우리의 가정은 결손 상태로 빠져들 것이다.

모든 가정들은 사회와 국가의 안정, 번영을 위한 최초의 보루요 세포이다.
그리고 생명을 이루고 키워내는 터전이다 이 가정에서 새해의 꿈이 분수처럼 용솟음치며 솟아오를 때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모든 허물들이 봄눈 녹듯이 사라져 갈 것이다.
그리하여 불신 품조와 죽음의 문화가 기승을 부리는 현실에서 믿음과 생명과 사랑을 채굴해내는 금광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   영   환 (전 오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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