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서귀포시, 남군 , 북군 등이 과거 경제력의 순위였는데 지금은 제주시, 북군, 남군에 이어 서귀포시가 꼴등으로 개탄스런 일”.
객관적인 경제 지표를 감안치 않아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지만 최근 서귀포시민이 느끼는 심정을 서귀포시의 한 주요 인사가 대신 토로했다.
감귤나무가 대학나무로 불리던 시절.
서귀포시는 경제규모와는 별도로 도내에서 풍족함의 상징 지역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국내 농촌경제가 가뜩이나 불안해하던 시절인 1990년대초 1980년대말의 바나나산업처럼 내리막을 탄 감귤경기가 거의 10년째 중병을 앓다 지난해부터 내리 2년 회복세를 타고 있는 반면 쇠약해 질대로 쇠약해진 서귀포시 경제는 약발이 거의 먹히지 않고 있다.
이는 서귀포시 경제가 이제는 자생력을 잃어버린 지경에 까지 이른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로 나타나는 형편이다.
중문관광단지 경제 효과는 서귀포시까지 미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미악산 일대에 조성계획을 세운 2관광단지 역시 도상훈련만 거듭하는 실정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자취를 감춘 투자자를 찾기에 분주하지만 별무 소득이다.
여기에 서귀포시민의 기대를 한 몸에 모은 서귀포 미항개발 계획마저 ‘문화재보호’라는 장벽에 막혀 갈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이다.
그나마 그동안 도내 4개 시.군이 군침을 흘렸던 혁신도시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중간쯤인 서호동에 둥지를 틀 것으로 확정돼 ‘가뭄의 단비 격’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강 상주 서귀포시장은 “대략 1만명의 인구 유입효과와 함께 상당한 경제적 상승작용을 불러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서귀포시의 경제 자체가 내부적인 ‘담금질’로 회생을 기대하기 보다는 외부의 타의적인 환경변화에 기대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
앞서 서귀포시의 미래를 염려한 이 인사는 바로 이점을 개탄스러워 했다.
“서귀포시민의 자존심을 가지고 스스로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며 “서귀포 시정과 시민 모두가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감귤 농가는 안도의 한숨을 돌리지만 대부분 “그 동안 진 빚의 이자를 갚기에도 빠듯하다”고 하소연이다.
효돈동에서 5000평 감귤 농사를 짓는 K씨는 “감귤 값이 바닥을 칠 당시에도 학자금, 생활자금, 영농자금은 도시 내리지 않은 채 오르기만 했다”며 “농협에 수천만원의 부채가 있어 빚을 내 빚을 막는 악순환을 거듭했다”고 털어놨다.
‘아랫돌을 빼 윗돌을 막은’격이다.
지난해부터 감귤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생각만 해도 암담하다”는 K씨는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장래가 그리 밝은 편은 아닌 듯 하다”면서 “씀씀이를 줄이면서 견디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바로 서귀포시 시내 경제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동명백화점 인근을 중심으로 불야성을 이루던 시내 중심가 표정은 쓸쓸하기 짝이 없다.
‘쓸려도 돈이 없는 지역 주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다시 상인들의 처지로 이어지고 내부경제 규모가 빈약해지면서 주민들에게 피부로 전달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셈이다.
‘밖에 나가면 아무거나 물어오기 때문에 집안에 보탬이 된다’는 개띠 해를 맞은 서귀포시가 규모의 경제를 되찾을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서귀포시의 현실
서귀포시를 책임지는 시정의 주요 골격은 ‘생태도시’의 건설로 모아진다.
브라질의 한 도시가 이를 표방해 성공을 거두면서 전 세계 지자체의 모범 답안으로 손꼽히는 생태도시를 서귀포시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생태도시는 곧 환경보전과 연결된다.
결국 개발과 대치되는 개념으로 ‘경제살리기’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서귀포시의 경우 외자 유치 등을 통해 우선 덩치를 키우고 ‘커진 파이’를 주민들이 나누는 모습에 접근하기 힘든 개념이라는 해석이다.
서귀포시의 한 간부공직자는 “후손들에게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 기본 개념”이라며 “우리 대(代)에 모든 것을 하겠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민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부동산업을 하는 L씨(서귀포시 동홍동)는 “최근 서울 부동산 업자들마저 서귀포 땅이라면 맨 먼저 집을 지을 수 있느냐고 물어온다”면서 “각종 규제와 늘어터진 행정으로 건축이 힘든 서귀포지역 땅을 구입해서 뭐에 쓰느냐는 논리다”라고 지적했다.
L씨는 이어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는 지역에 아무리 관광단지를 조성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기업도 돈벌이가 될만한 곳에 투자하는 법”이라고 털어놨다.
사실 서귀포시는 서쪽 중문동에서 동쪽 끝까지 5개 문화재 지역 외에 강정천 유원지를 비롯해 삼매봉 공원 지역, 하논 생태 숲 등으로 둘러 싸여 있다.
다시 말해 시내 중심가가 아닌 경우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행정 당국이 ‘딴지’를 걸어 ‘건축 행위를 포기한’ 사례가 숱하다.
당장 민선 시장의 캐치프레이즈가 ‘생태도시’이다보니 공직자들마저 ‘웬만하면 안 되는 쪽’으로 민원을 처리하기 마련이다.
서귀포시에 인구를 유입하는 등 덩치를 불리기 위해서는 ‘서귀포시 먼저 민원인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식으로 무사안일한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셈이다.
이와는 반대로 서귀포시는 관내 소상인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대형 마트 유치에는 발 벗고 나섰다.
내년 문을 여는 삼성 홈플러스와 이마트 매장에 대해서는 상당한 호의를 나타내며 외부적으로 ‘지방세 확충 및 일자리 늘리기’를 선전하고 있다.
서울에 본점을 둔 대형마트가 과연 서귀포시에 득이 될 것인지 아니면 ‘독이 든 사과’ 역할을 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당장 서귀포시민이 운영하는 중형 마트들은 ‘폐점하거나 규모를 줄여야 할’ 판이다.
적어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서귀포 시민에게 을유년은 ‘새벽을 알리는 닭의 해’가 아니었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