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을 보내며
2005년을 보내며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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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을유년 한 해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다시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여느 해는 안 그랬을까마는 올해도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후회와 반성의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아마도 한 해를 잘 살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지난 한 해에도 나라 안팎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지구촌은 여전히 전쟁과 테러와 폭동과 재난으로 얼룩졌고, 국내적으로도 우리 사회에 긴 파장을 드리운 대형 사건들이 꼬리를 물어 국민들은 몸을 추스르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이른바 ‘황우석 파문’은 국민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으면서 국제적 망신을 샀고, 중국산 일부 수입식품과 함께 국내산‘발암 송어’와 ‘기생충 알 김캄 사건 등은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X-파일로 불린 국가 정보기관의 도청사건은 민주화 정권들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했을 뿐 아니라 6·25를 통일전쟁으로 매도한 강정구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와 관련해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건도 국민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경제는 어떤가. 수 년째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여전히 실업자가 양산되고 가계가 파탄 나고 있지만 이 정부는 언제나 처럼 경제가 좋아졌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2

도내에서도 지난 1년 동안은 많은 일이 있었다. 세계 평화의 섬을 정부차원에서 지정 선포했는가 하면 행정계층구조개편 주민투표와 고도의 자치권이 주어지는 특별자치도 시행 등은 제주의 역사를 바꾸는 중차대한 일이었는 데도 도민적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는 바람에 도민 분열을 자초해 대립과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제 이의 치유는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거니와, 지금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정쟁과 비생산적 논쟁, 그리고 지역과 이념 갈등으로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 양극화는 더 심각해져 서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수들이 2005년 한국사회를 풀이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 주역에 나오는 ‘상화하택(上火下澤)’을 꼽은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하겠다. ‘위에는 불 아래는 못’이라는 뜻풀이처럼 우리 사회는 1년 내내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서로 어울리지 못한 채 대립과 갈등을 반복했다는 분석이다.
법정 스님 같은 이는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며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가고 오고 변하는 것일 뿐”이라며 “세월이 덧없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덧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이 연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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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가는 해와 새해가 교차하는 세밑의 끝자락에 서 있다. 다시 가는 한 해, 사람들은 지난 한 해도 기쁜 일, 좋지 않은 일, 아쉬운 일들을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사뭇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이다.
헤밍웨이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고 했다. 태양은 저녁이 되면 석양이 물든 수평선으로 지지만, 아침이 되면 다시 떠오른다. 태양은 결코 이 세상을 어둠이 지배하도록 놔두지 않는 것이다.
태양이 있는 한 절망은 금물, 희망이 곧 태양이 아닐까. 다시 한 해가 가지만 우리는 새해에서 희망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희망을 버려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이제 이 해가 가기 전에 대립과 갈등을 떨쳐 버리고 상생과 공존의 정신을 가다듬자. 정파와 지역, 계층을 떠나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공멸로 갈 수밖에 없다.
새해에는 제발 코드 정치나 갈등과 분열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안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새해는 개띠해로, 옛 조상들은 개띠는 정직하고 지적이며 일관적이라 했다. 우리 사회도 이 같은 띠 풀이처럼 정직하고 지적이며 일관되게 나간다면 희망이 보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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