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촌씨, 정혜재활원 몸소 방문
김태촌씨, 정혜재활원 몸소 방문
  • 고창일 기자
  • 승인 2005.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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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 내의 등 300만원 어치 성품 전달

김태촌씨(57)가 서귀포시 토평동에 위치한 '정혜재활원(원장 이홍기. 프란시스코)'을 찾았다.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행복한 천국의 나라를 정혜재활원 천사님들과 함께'라는 홍보물 글귀를 실천하는 정신지체장애인생활시설인 정혜원 가족 50여명(교사 25명 포함)은 29일 오전 뜻밖의 손님을 맞았다.

김두한. 이정재. 이화룡 등 '주먹 1세대'들이 사라진 이후 명동을 장악했던 '신상사파'를 이어 1980년대 폭력계를 장악한 3대 패밀리 중 '서방파'를 이끈 김태촌씨는 17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지난 7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이후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김씨의 행보는 언제나 경찰당국을 긴장시킬 만큼 거물로 평가된다.

하지만 김씨는 복역중이던 1989년 폐암진단으로 한쪽 폐를 잘라낸데다 관상동맥이 거의 막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극심한 통증을 이겨내기 위한 치료로 인해 심신이 많이 지쳐있다는 것이 김씨를 수행한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날 정혜원에 라면.내의 등 300만원 어치의 성품을 전달한 김씨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출감한 후 유혹도 많았지만 남은 삶은 과거를 속죄하는 자세로 살아 가겠다"면서 "이제는 지나친 관심도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모자를 눌러쓰고 평범한 옷 차림을 고수하는 이유를 설명한 김씨는 "제주도로 오는 도중에 소록도에 들렀다"며 " 폭력세계를 동경하는 일부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길'이라는 교훈울 전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분류되는 정신지체장애인들과 한때 밤의 세계를 주름잡던 '보스'와의 대화는 겉으로 볼때 어울리는 것 같지 않지만 할 말이 많은 듯 장시간 이어졌다.

이 원장은 "매년 성금이나 지원 등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각박해지는 세상인심을 실감한다"고 한숨을 쉬다 김씨와 악수를 나누며 "용기가 난다"고 밝혔다.
전달식을 마치고 정혜원 정문을 나서는 김씨를 배웅하던 정혜원 가족들의 눈에는 내년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찾아주기를 바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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