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가장, 독거 노인, 생활보호대상자, 사회복지시설 수용자 등은 우리가 연말연시나 명절 같은 특별한 때에 생각 키우는 이른바 불우 이웃이다. 그런데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조손(祖孫) 가정’이 여기에 추가돼야 할 듯 싶다.
조손 가정이란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같이 사는 가정을 말한다. 이들이 조부모와 함께 사는 이유는 부모의 이혼이나 가출, 사망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혼, 가출 등 그 이유의 대부분이 경제사정 때문임은 물론이다.
조손 가정이 증가한 것이 IMF 때부터라는 분석은 이를 뒤받침 한다. 몇 년 전 개봉됐던 영화 ‘집으로’는 조손 가정의 애환을 그린 것으로,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현실 속의 조손 가정은 끝없는 고난의 연속이다.
이들 조손 가정의 청소년들은 사실상 소년소녀가장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서류상’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사회적 안전망에서 방치된 채 적절한 사회적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손 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이들 조손 가정 아이들의 정신적 안정을 돕는 사람들이 있어 연말을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농협주부대학 동창회원으로 구성된 고향주부모임 제주도지부 회원들이 그들. 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살기 때문에 느끼는 아이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어린이 잡지 1년 치 구독료를 76명에게 지원하는가 하면, 건전 가정문화 확산을 위해 가족에게 편지 쓰기, 방과 후 학습지도활동, 부모 되어주기, 회원자녀와 친구 되어주기 등 조손 가정 정서지지활동과 건전 가정확산에 힘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손 가정에는 이 같은 정서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경제적 도움도 절실하다. 노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손자 손녀 뒷바라지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조손 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양육비 지원 등 보다 광범위한 행정적 배려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