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대한민국
2005년 12월 대한민국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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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없으면 못사는 사회

꽁꽁 얼어붙었다. 몸도 꽁꽁, 마음도 꽁꽁 이다.
그래서 더욱 시린 백성들의 가슴은 심리적 패닉상태에 가깝다.
40년래의 폭설 때문만은 아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의 기상주기를 잃어버리고 보름 넘게 계속되는 강추위 탓만도 아니다.
돌아가는 나라의 꼬락서니가 빙판 길처럼 미끄럽고 아슬아슬 해서다. 그런데도 손놓고 한 쪽 발로 미끄럼 타는 권력의 행태가 조마조마 하기 때문이다.
절차적 정의를 팽개쳐버린 집권여당의 ‘사학법 날치기’와 이를 어리마리 방관하다가 공동정범으로 낙인 찍힌 야당의 뒷북치며 방방 떠는 장외투쟁이 그렇다. 
또 세계가 부러워했던 ‘황우석 신드롬‘이 ‘황우석 쇼크’로 파란을 일으키며 일파만파로 세계를 경악케 하는 ‘한국적 패러독스’ 현상은 어떤가.
그 지겨운 돌개바람같은 진실게임이 백성의 가슴에 삭풍을 몰고 와 후벼대고 있다.
냉탕 온탕을 오가며 영웅 만들기와 마녀사냥을 되풀이하는 뼈 없는 무골충(無骨蟲) 사회, 대중적 여론몰이가 법과 절차를 유린하고 원칙 없이는 살아도 눈치 없이는 못산다는 나라, 이런 사회는 엄밀한 의미에서 정상적인 민주사회라 할 수 없다.
여기에다 중산층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서민들의 경제적 허기는 된소리가 된지 오래다. 그래서 그들의 가슴에 흐르는 냉기는 더욱 싸늘하고 금방 터질 것처럼 팽팽하다.

서민 가슴에 흐르는 냉기

국회 운영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국민의식 조사에서 79%가 “정부가 하는 일이 올바르지 않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고 85%가 “민주주의보다 경제 발전이 중요하다”고 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들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가장 부정적인 역할을 한 국가 기관을 국회(39.8%)겵ㅄ?28.3%)곀旋ㅊ恝?대통령(20.8%) 순으로 꼽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그만큼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이 한계 상황에 처했다는 뜻이 아닌가.
그런데도 최근 국무총리가 “(현재 한국사회는) 1988이후 구조적으로나 현상적으로 가장 안정돼 있다”고 했다니 어느 나라 국무총리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어디 이뿐인가.
열린우리당 대표는 엊그제 참여정부 3년 평가 당(黨)겵?政)겷?靑) 워크숍에서 “우리사회가 전진하려면 적어도 10년은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불신 받는 유한한 정권이 꿈도 야무지게 무한한 권력 욕심의 황홀경’에 빠진 꼴이다. 이런 황홀감이 아무리 그들만의 자유이며 희망사항이라 해도 이는 국민을 깔보는 오만한 정치놀음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것이 불행하게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2005년 12월 대한민국’의 또 다른 얼굴이다. 백성들 가슴에서 온기를 앗아가 버린 ‘겨울공화국’의 단면이기도 하다.

올해의 사자성어가 주는 뜻

그렇다면 2005년의 이 같은 ‘한국 현상’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대학교수들은 12월이면 한 해의 나라현상을 사자성어로 압축해 표현해 왔다.
2002년에는 ‘이합집산(離合集散)’, 2003년에는 ‘우왕좌왕(右往左往)’, 지난해(2004년)에는 “같은 사람끼리 패거리를 지어 다른 사람을 공격한다”는 뜻의 ‘당동벌이(黨同伐異)’였다.
이 같은 사자성어 선택은 한 해를 되돌아 반성하고 새로 시작하는 일년을 보람있게 가꾸자는 뜻에서다.
부끄럽지만 2005년 12월, 대한민국의 부정적 현상을 들추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기에 교수들이 선택한 2005년의 사자성어 ‘상화하택(上火下澤)은 뼈 쑤시는 촌철(寸鐵)이 아닐 수 없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말로서 ‘상화하택’은 ‘서로 이반하고 분열하는 현상을 뜻’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서로 지지고 볶는 이념 갈등과 미움과 증오가 시퍼런 날을 세워 이빨을 갈았던 ‘2005년 대한민국’의 현상을 지워버리고  2006년에는 화해와 협력으로 일치를 이루는 아름답고 건강한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본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다. 

김   덕   남 [ 주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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