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일. 서울에 사는 그는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며 국내의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을 해 볼 수 있어서 그 기대로 부풀어 있다. 제주도에는 공항에도 호텔에도 관공서에도 은행에도 우체국에도 식당에도 관광지에도 가는 곳마다 영어 사용코너라는 곳이 있고 담당자가 있다. 이 코너에는 “국내외인을 불문하고 영어사용을 희망하는 사람은 영어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그 코너는 영어를 말하지 않는 내국인이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여 조용한 곳에 설치되고 있다. 이곳에서, 할 일을 담당자와 영어로 대화하며 처리할 수가 있다. 비행기표를 사는 일도 호텔의 방을 정하는 일도, 음식을 주문하는 일도, 한라산 등산 코스를 알아보는 일도, 이 영어 사용코너에서 영어로 말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잘 난체, 별 난체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할 수가 있다. 또 거기에 가면 그 장소에서 쓰는 모든 문장이 집합된 회화사전을 구할 수가 있으니, 그 곳에서 회화가 막힐 때 참조할 수가 있다. 이 개별기관· 장소의 사전을 다 모으면 그것은 세계에 유래가 없는 거대한 회화사전이 될 것이다. 제주도는 포괄적이고 상세한 영어회화의 대사전이 된 것이다. 서울에 사는 그는 외국에 갔을 때의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일을 미리 제주도에서 연습할 수가 있기도 해서 이 국내에 있는 별천지를 찾고 있다. 미국인이나 서구인에게도 이곳은 물론 인기고 일본 사람도 중국 사람도 기초적인 영어를 하면서 제주도에서 관광을 즐길 수 있으므로 제주도를 좋아한다.
이러한 일이 시작된 데는 도지사와 교육감이 뜻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도지사도 교육감도 영어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었다. 그분들은 영어로 된 서적을 계속 읽어 내고 있었고 회화도 잘하고 있었다. 영어를 놓고 수십 년을 생각해온 그들은 영어의 문제에 대해서 일치되는 견해가 있었다. 즉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대학교수들이 회화는 잘못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영어로 된 전공서적은 슬슬 읽어내고 있다. 그것은 영어책 읽는 일이 교수생활을 하면서 그들의 생활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제 시대에 학교에서 일어만을 쓰는 생활을 해야 했던 학생들은 일어를 잘 말하였다. 생활의 일부가 되게 하는 일 이것은 언어 능력을 키우고 유지하는데 불가결의 요소다. 영어는 말하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교육계와 학교가 외쳐 온지도 벌써 많은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나 그렇게 강조되는 교육을 받고 나온 사람들은 영어를 얼마나 잘 말하고 있는가. 잘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영어를 말할 수 있는 생활이 없기 때문이다. 영어책을 읽는 일이면 책이 있으면 그 생활이 되지만 말의 생활은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 그 상대방이 없다.
또 그 두 분은 국제자유도시라면 이곳을 찾아오는 외국인은 적어도 영어 정도는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여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두 분은 제주도 영어 발전 방안을 구상했다. 주요기관, 관광지, 장소의 책임자를 소집하여 그 곳에서 오직 영어만을 말하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몇 명 양성하도록 하였고 그 일을 도왔다. 그 곳에서 사용되는 영어에 대한 회화사전의 편찬도 도왔다. 그리고는 영어 사용 코너를 만들게 했다. 그 코너는 조용한 곳으로, 다른 곳과 가려지게 하여 영어를 말하지 않은 사람들이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했다. 영어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깔아뭉개는 식으로 개혁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못 난 사람이 아니며 시대를 잘못 만난 사람들일뿐이다.
지역 사회에 영어를 말할 수 있는 상대가 많아졌다. 학교도 학생들에게 나가서 이 영어 코너에서 말을 해보는 일을 권장시켰다. 학교에서 기본적인 문장을 익힌 학생들은 우체국이나 은행이나 동사무소나 관광명소 대형마트에 가서 영어로 이야기 하며 일을 봤다. 그 참여 확인의 회수가 증가 할수록 학생들의 영어 회화 일상화 일도 진전되어 갔다.
허 계 구 <상임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