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되고, 1995년에는 자치단체의 장을 직접 선출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를 시행한지 10년이 지나고 있다. 지방자치에 있어 핵심은 ‘주민참여’이다. 지방자치의 성패(成敗)여부는 주민참여가 관건인 것이다.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하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이는 지방자치가 주민의 직접 참여와 토론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말이다. 주민들은 참여정치를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주장도 받아들일 줄 알고 책임의식도 가지게 된다. 이런 훈련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세련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건전한 토론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 양보와 이해가 잘 통하지 않는 듯싶다. 민주주의 학교로서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속에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첫째, 자신(들)의 의사(意思)를 고함이나 폭력에 의하지 아니하고 부드러운 언어로 표현한다. 생떼를 부리거나 고집을 피우지 않는다. 둘째, 상대방의 의견을 참을성 있게 경청한다. 셋째, 대립각을 타협으로 완화하고 조정한다. 넷째, 협상으로 타결이 되지 않을 때에는 다수결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서로 존중한다. 다섯째, 일단 결정되면 이를 수용한다. 반대편에 섰던 소수도 당연히 인정을 받고 보호되어야 한다. 이것이 다름 아닌 토론문화를 성숙케 하는 방안이요, 나아가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는 근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예부터 우리는 ‘논쟁은 있으되, 토론은 없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조선왕조 시절 율곡선생은 “어찌 자기편만 옳고 다른 편은 옳지 못하다고만 할 수 있느냐”고 질타하였다. 아무리 이치에 맞는 주장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속한 당파의 의견과 다르면 무조건 부정하고 억지를 부리던 당시의 정치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토론’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의견이나 제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상대를 설득하거나 정당함을 주장하며 논의하는 것’이다. 즉 상대편의 의견을 들은 뒤에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점을 질문하고, 왜 의견이 다른 가 등의 문제를 밝히면서 자기의 의견을 내세우는 하나의 절차인 것이다. 따라서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편의 주장을 될 수 있는 대로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의 자세와, 어디까지나 청중과 상대에게 판단의 자료를 제공한다는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다. 물론 자기의 주장만을 억지로 관철하려는 것은 금물이다.
자치행정을 ‘대화행정’이라고도 한다. 중앙정부와는 달리, 주민들과 일상적으로 접촉하면서 대화를 통해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책을 결정 · 집행해 가는 것이 지방자치의 특질이기 까닭이다. 자치행정은 또 주민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주민의 참여와 대화 · 토론은 반드시 있어야 할 주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를 지식 정보화 시대라 부르고 있다.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는 대화와 토론으로 지역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그야말로 ‘지적 능력’이 있는 인사들을 뽑아야 한다.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그래서 ‘토론하는 사회’로 만들어가는 일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 아닌가 한다. 토론 문화를 정착시킬 때 비로소 투명하고 공정한 지방자치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용 길
제주산업정보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