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업, 왜 허약체질인가
제주농업, 왜 허약체질인가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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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가 어렵다는 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피땀 흘려서 농사를 짓고 뼈빠지게 일해도 소출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사와 관련해서는 항상 적자 영농이니 재수보기영농이니 투기영농이니 하는 말이 붙어 다닌다.
이런 말 모두가 농업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무역장벽이 무너지고 농산물 수입 개방이 현실이 되면서 제주농업의 자생력은 더욱 위축 될 수밖에 없다.
농정당국이나 농민은 물론 제주 농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부터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내 왔지만 십수년이 넘도록 경쟁력은 고사하고 자생력도 위협받을 만큼 제주농업은 허약체질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미래 변화에 대한 준비를 못했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변화를 예측하면서도 이에 대비하는 노력과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과학영농을 말하면서 재수보기 식 투기영농에서 벗어나지 못해왔고 적자영농 타령으로 농업경쟁력을 키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민이나 농민조합 영농단체 모두가 그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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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잉생산으로 판로가 험하고 처리난을 겪고 있는 감자나 당근 파동도 따지고 보면 이처럼 미래변화의 둔감성과 대처능력 부족에서 원인을 찾을수도 있을 것이다.
당근인 경우만 봐도 그렇다. 중국산 세척 당근이 소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제주산 당근이 맛이 좋고 품질이 우수하며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을 것인데도 왜 소비자들이 꺼림직 하게 여기는 중국산에 밀려나고 있는가.
이는 생산 조절이 실패했고 품질관리나 신선도 유지, 가격경쟁이나 유통구조에 문제가 있기때문이 아니겠는가.
광활한 면적의 중국산지 정보와 파격적인 가격의 시장공략 등을 예측하지 못하고 생산만 하고 보자는 식의 재수보기 식 투기 영농에만 매달린 때문은 아니겠는가.
그만큼 농업예측을 못하고 외래농산물 생산지의 정보가 어두웠기 때문이다.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농사를 재수보기식 투기형태로 가꾼다면 이는 제주농업에 희망보다는 절망만을 안겨줄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제주농업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예측 가능한 과학영농의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작목별 생산체계 조정이나 생산량조절 시장수요 조사 등 과학적 농업관측에 이르기 까지 혁신적인 농업기반 구조조정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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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서는 농업주체인 농민이나 농업인 자생조합과 생산자 단체, 영농지원 구심체인 영농당국과 농업기술 연구기관이 하나가 되어 자기 뼈를 깎는 심정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 제주농업의 행태는 자립형이 아니고 의존형에 가깝다. 다시말해 농민의식의 행정의존성이 강한 편이다.
이 때문에 제주농업의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농산물 처리난이 있을 때마다 행정에 아우성을 보내고 지원해주기를 바라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어서다.
행정은 또 어떤가. 그럴 때마다 행정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관행으로 여기고 있다.
물론 농민이 어렵고 행정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농민들이 보챌 때마다 젖을 물려주는 것이 제주농업의 자생력에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이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행정의 농산물 처리대책 비용을 ‘우는 아이 젖 물리는 식’의 대증(對症)요법이 아니라 어떻게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농업구조조정을 연착륙 시킬 지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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