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이나 외딴 섬의 의료체계가 열악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시지역에는 병·의원 등 의료기관이 넘쳐나도 농어촌이나 도서지역에는 제대로운 의료시설이 없어 의료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야간 응급진료나 위급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농어촌은 큰 병원이 있는 제주시나 서귀포시 등 도시지역이 자동차로 연결돼 응급환자 수송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나 섬 지역은 헬리콥터나 선박편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정은 매우 어렵다.
최근만 해도 추자도에서 평소 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70대 주민이 저산소증으로 추자 보건지소를 찾았지만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따라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제주해경에 헬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하루가 지나서야 헬기가 오는 바람에 제때 수술을 하지 못해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한다.
문제는 이처럼 보건지소에는 수술장비가 없는 데다 제대로 된 검사장비조차 하나 없어 응급환자의 경우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사정은 다른 섬도 마찬가지. 하루 100여 명이 찾는 우도 보건지소도 어쩔 수 없는 교통편 때문에 위급한 환자들이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특히 가파도와 마라도에는 보건지소에 간호사만 배치돼 실질적인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고 있다니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대부분의 도서지역에서는 응급환자를 어선으로 수송하고 있으나 어선 운항은 입·출항 신고 등 절차가 복잡하여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도서개발과 섬 주민 복지향상을 시책으로 내걸고 있다. 차제에 보다 강력한 의료 서비스 망을 구축하고 공공의료시설을 확충하는 데 도서지역 복지시책의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의료시설과 그 시스템 구축이야말로 도서주민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첫 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