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청산 등 과거사 규명문제가 우리 사회의 핫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제 말기에 제주도 지역 군사시설 구축과정에서 강제 동원된 노무자와 군인, 군무원 등에 대한 피해조사가 처음으로 이뤄지게 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일제강점 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가 직권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진상규명위는 남제주군 대정읍을 중심으로 한 제주 전 지역을 대상으로 8일부터 이 달 말까지 일제 말기의 국내 강제동원 실태를 본격 조사한다는 것.
일본군은 일제 말기인 1945년 무렵 제주도를 미군과의 ‘본토 결전’을 위한 요충지로 판단하고 모슬포를 중심으로 도내에 비행장과 포대, 대피소, 진지동굴, 격납고 등 6700여 개의 군사시설을 구축했다.
여기에는 하루 4500여 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실태나 진상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아 명단은커녕 규모마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피해 보상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당시 국내외에서 일제 강제 노동에 동원된 조선인들의 피해형태만도 사망, 상해, 미불 임금, 미불 보험금, 미불 저축금, 심신 장애 등으로 다양하다는 게 진상규명위의 분석이다.
사실 일제 잔재 청산이란 명제에는 요즘 떠들썩한 친일 규명도 중요하지만 일제에 강제 동원돼 전쟁터, 광산 등으로 끌려 다닌 한국인(전국적으로 800여만 명 추산)들의 진상 규명과 그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특히 일제의 제주지역 군사시설 구축에 동원된 한국인 노무·병력의 규모와 실태는 아직까지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피해조사가 진상 규명은 물론 이를 후손들에게 역사적 교훈으로 물려준다는 사명감을 갖고 진행돼야 하리라 본다. 그럼으로써 일제시대 국내 강제 동원 실태 규명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