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외면하는 제주시
'교통약자' 외면하는 제주시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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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구족(口足)화가인 앨리슨 래퍼는 “장애는 아름답다”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장애인 여성 예술가라는 평을 듣는다. 또 국내 어느 대학의 체육학과 교수로 있는 한 장애인은 “장애란 조금 불편한 것일 뿐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의 말처럼 과연 장애란 아름답거나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되는 상태인가. 아닐 것이다. 이는 특수한 위치에 있는 장애인들이 내보이는 대외용 언급에 불과하다. 당장 이동이 힘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하기가 매우 어려울 터인 데 어찌 조금 불편한 것으로 끝날까.

물론 근래 국가의 정책적 배려 등에 힘입어 장애인들이 전보다는 한층 좋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애의 본질적인 어려움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 하나로 저상(底床)버스가 있다.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를 말한다.

제주시도 장애인들의 이동접근권 확보 차원에서 지난해 1월 지금은 폐업해버린 대화여객에 저상버스 2대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 저상버스는 얼마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업사태로 일반 시내버스를 다른 지방 업체에 매각할 때 함께 팔리고 말았다. 1대에 1억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저상버스가 어떤 연유로 팔려 나가게 됐는지 모르지만 제주시의 관리ㆍ감독이 소홀해서 일어난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제주시의회도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어떻게 관리했기에 교통약자의 필수적인 교통수단이 매각되는 상황까지 빚어졌느냐”고 질타했지만 이미 상황은 끝난 뒤다. 제주시 교통행정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장애인을 위한 교통시설을 더 늘리지는 못할 망정 있는 것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교통약자의 편의를 도모하겠다고 하는 지 답답한 노릇이다. 저상버스 매각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져 엄중 문책하고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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