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 설치 및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여부를 놓고 도민사회가 양분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제주도 사회가 시끄럽다.
특별법안 조항에 대한 비판과 반대 의견이 다양한 형태로 분출되고 이를 관철하기위한 집단행동과 물리력이 동원되어 특별법 입법예고 기간 중 진행하려던 공청회도 파행되는 등 대립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의 갈등 폭발은 어떤 면에서는 필연적으로 거쳐야할 통과의례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도민간 또는 시민사회 단체와 행정기관간의 대립과 갈등이 격화됨으로써 도민사회에 엄청난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많다.
현재 우리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고 그 선택이 제주도의 미래가 달려있다. 그래서 선택의 순간은 늘 고민스럽고 괴롭다.
그동안 우리제주도는 생존을 위하여 수많은 변화를 시도하여 왔지만 정작 우리에게 바뀐 것이 없다. 많은 사람이 변화를 원했고, 그토록 개혁을 부르짖었건만 노력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현실의 벽이 너무 두터웠는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러다보니 격정적이긴 했지만 제대로 바뀐 것도 이루어 놓은 것도 거의 없었다.
제주도를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허브로 만드는 데는 누구나 공감을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뒤죽박죽이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모두 제각각 감정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감정과잉의 시대였다. 문제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초상식 마져 남용된 감정에 의해 전혀 통하지 않는데 있다. 결국 미래를 향한 제도 개혁과 개방은 모두 감정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 미래를 이야기한다고 그저 장밋빛 그림을 그리자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정책방향을 놓고 실패했다고 허탈해하는 쪽이나 상대를 일순 좌절케 했다고 성공한 것으로 착각한 쪽이나 진실로 다시 한번 출발점에 서서 자기와 자기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와 내가 속한 우리제주도 사회의 성숙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자식들의 미래를 위해서 원칙을 생각하고 규칙에 동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의 맞은편에서 승리인지 패배인지 분간하기 힘든 혼돈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함께 깨달아야 한다.
무릇 모든 정책과 제도에는 만점은 없다. 즉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과 제도는 현실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지나친 감정만 앞세우면 우리는 아무것도 바꿀 수도 이룩할 수도 없다.
바람직한 변화나 이상적인 개혁은 감정만으로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성과 감정이 균형을 유지할 때 얻을 수 있는 선물이다.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제도변화와 개혁이란 것이 가진 사람의 몫을 함부로 빼앗고 지금의 사회를 한순간에 뒤집는 일이 결코 아니다.
분명 우리가 변화를 통해서 얻을려고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로움이 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을 배워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 것인가를 겸허히 모색하는 집단적 노력과 이를 위한 도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의지와 결단이 요청된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국제화수준에 대한 허심탄회한 반성을 바탕으로 개혁과 개방으로 인해 잃게 될 것에만 집착하기 보다는 개방으로 인해 얻게 될 새로운 시장을 위해 차분히 준비할 시점인 것 같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만 실현될 수 있는 과제이다
이 광 래
제주관광대학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