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는 내년도 예산안으로 4859억 원을 의회에 상정해 놓고 있다. 일반 서민들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천문학적 액수의 큰돈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모두 시민 혈세라고 생각하면 한 푼이라도 낭비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를 결정하는 것이 시의회 정기회이며, 특히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역할은 중요하다. 예결특위가 내년도 제주시의 살림살이를 총체적으로 결정할 의무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중차대한 사명감 때문일까, 제주시의회 전체 의원 16명 가운데 무려 14명이 예결특위 위원으로 구성되었다. 의장과 자치교통위원장 등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예결특위 위원이다.
특위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특별한 임무를 띠고 있는 위원회다. 특별한 임무를 띤 만큼 그 구성원도 전문적 식견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의원 전원에 가까운 의원들이 모두 참여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본회의’이지 ‘특위’가 아니며 전문성도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모두가 예결위원이 된다면 상임위 예산안 심사와 중복될 뿐 아니라 업무에도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아예 예산을 본회의에서 무더기로 처리하고 말지 무엇 하러 특위는 구성하는가.
이처럼 대다수 의원들이 예결위에 포함된 것은 내년 지방선거에 앞서 지역구 민심 동향에 큰 영향을 미칠 마지막 예산을 심의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기 지역구를 챙기기 위한 의원 이기주의가 빚은 한 편의 코미디라면 참으로 서글프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정말로 내년 예산만큼은 필요한 데 쓰도록 해줘야 한다. 그것이 의원들 입김에 휘둘려 엉뚱한 데로 흘러간다면 비극이다. 시의회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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