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건강해라, 나 죽지 않고 기다리마, 다음에 또 보자"
"어머니 건강하십시오, 오늘 같은 좋은 날이 또 올 겁니다"
북한에 있는 아들 오희남씨(64)와 고권현 할머니(91.제주시 용담동)가 울음을 터트렸다.
25일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에서 고 할머니는 1960년 고등학교를 졸업,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헤어진 아들 오씨를 만났다.
16평 남짓한 상봉장에서 이들이 만남이 시작된 이날 오전 8시, 고 할머니는 3대 독자였던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반가운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의 모습을 본 오씨는 큰절부터 올린 뒤 "건강은 어떠시냐"며 처음 말문을 연 뒤 "너무 반갑다"며 "이렇게 반가운 날 왜 우냐"고 반문했다.
아들을 향해 고 할머니는 "너 보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 매일 운동한다"며 "나중에 꼭 손 한번 잡아보고, 안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 할머니와 함께 참석했던 고 할머니의 네 딸과 오씨와 아내 김봉선씨 역시, 눈물을 흘렸다.
오씨의 여동생 오계숙씨는 "오빠 본다는 생각에 한숨도 못 잤다"며 "잘 살고 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학까지 나온 뒤 기술자로 일하며 잘 살고 있다"고 답한 오씨는 "1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해 순간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들은 상봉이 시작된 내내 어릴 적 기억들과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때로는 웃음과 때로는 슬픔을 표현했으며 가지고 온 사진을 보여주며 친척들의 소식도 전해줬다.
오전 10시 상봉 시간이 끝나갈 때쯤 이들은 아쉬운 작별과 함께 통일이 되면 꼭 만나자며 내일을 기약했다.
"가슴에 묻고 있던 아들을 TV 화면에서 만이라도 볼 수 있게 돼 마냥 좋았다"는 고 할머니는 "죽기 전에 아들 손 한번 잡아보는 게 소원"이라며 상봉장을 뒤로했다.
한편 이날 전국 13개 상봉장에서 40명의 가족이 반세기 동안 기다려온 혈육의 정을 나눈 가운데 다음달 8일에는 제주지역 문의효씨(91)와 이금옥씨(82)가 북한의 가족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