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영화를 보면 보물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닌 보물사냥꾼들은 보물이 잠자는 보물선 이나 보물섬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평생 일확천금의 꿈을 찾아 바다와 산을 누빈다. 금괴를 실은 채 가라앉은 전설 속의 난파선 ‘제퍼’ 호의 보물을 두고 벌이는 모험과 음모를 다룬 ‘블루 스톰’이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끝에 나오는 자막에 의하면 전 세계의 바다에 60억달러(약 7조 2000억원)의 보물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영화 속의 주인공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왔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보물을 찾았다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보물사냥꾼들이 패가망신을 했지만 언젠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던 어마어마한 양의 보물이 발굴되어 세상을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일본 패망 뒤에도 연합군에 저항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남방군 사령관 야마시타 도모유끼 대장은 42년 일본의 전세가 기울자 인도 중국 필리핀 등지의 금괴와 문화재를 선박을 통해 일본으로 옮기려고 시도했다. 이 선박들이 연합군의 공격으로 침몰했고 우리 근해에 약 200여 척의 일본 군함이 침몰했는데 이 군함 속에 약 50조 원에 이르는 총 4800여 톤의 금괴가 실렸다는 소문에 따라 발굴에 나선 50여 발굴업자들이 70년대 초~80년대에 걸쳐 20여 년 동안 거제도 근해와 서해안 남해안 일대를 뒤졌다. 그러나 보물은 발굴되지 않았고 경비만 손해를 봤다. 2000년 동아 건설은 울릉도 인근에 수장된 돈스코이호를 인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회사는 부도가 났고 상장 폐지와 함께 증권가에서 퇴출 되었고 이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재산손실을 봤다. 삼애인더스트리도 2000년 진도 인근 바다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패망하면서 해저에 묻어 두었다는 보물을 발굴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투자자들만 손해를 봤다.
아라동에 위치한 산천단(山川壇) 인근에 보물이 묻혀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만일 이곳에 보물이 없다고 해도 제주도 어딘가에 보물이 묻혀있는 것은 상당한 근거가 있는 듯 하다. 산천단 일대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제58군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으로 일본이 중국과 만주 등에서 약탈한 대량의 보물이 매장되어 있다는 풍문이 돌았다. 곰솔만이 정확한 금괴매장지를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1983년부터 20년이 넘도록 각종 탐사 장비를 동원한 발굴시도가 다섯 번이나 이루어졌지만 아무도 금을 찾지 못했다. 제주시는 도내 업체인 ㈜금성개발이 산천단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160호로 지정된 곰솔 주변에 대한 지하매장물 발굴허가신청을 문화재청의 승인을 얻어 허가했다. 만일 금괴나 골동품이 발굴되면 국가와 민간업자가 50 대 50으로 나눠 갖는다.
보물의 꿈은 남가일몽(南柯一夢)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물선과 금괴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대개 문헌에 나와 있다든지 지도를 갖고 있다는 등의 확실치 않은 자료를 근거로 한다. 국내에서는 유물은 발견됐지만 금괴를 찾아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단지 발굴탐사자들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섞인 주장이 있을 뿐이다.
일반인들이 금괴를 찾으러 다닐 수도 없으니 생활에서 금을 캘 수밖에 없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있는 “돈을 모아 자손에게 남겨준다 하여도 자손이 반드시 다 지킬 수는 없으며, 책을 모아서 자손에게 남겨 준다 하여도 자손이 반드시 다 읽는다고 볼 수 없다. 남모르는 가운데 덕(德)을 쌓아서 자손을 위한 계교를 하느니만 같지 못하다.”는 사마광(司馬光)의 문장이 새삼 귀하게 여겨진다.
강 병 철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