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3급 소아마비 50대 長男 치매 노모 9년간 보살펴
지체3급 소아마비 50대 長男 치매 노모 9년간 보살펴
  • 김상현 기자
  • 승인 2005.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도2동 김판조씨 '아산상' 수상

"가난한 장애인이 치매 노모를 모시고 살아가고 있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병이 호전됐다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치매에 걸린 80대 노모를 9년 째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지체장애인 아들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의 노모(최인례씨.85)를 거리낌없이 '아름다운 치매인'이라고 말하는 김판조씨(55.제주시 일도2동).

세 살 때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3급을 진단 받은 5남매 중 장남인 김씨는 9년 째 지극 정성으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다.
대.소변을 받는 것은 물론 목욕에 식사까지 책임지는 김씨는 "어머니가 나를 위해 희생한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간병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여기저기서 주워온 인형과 방안에 항상 굴러다니는 큰 주사위는 숫자 세는 재미에 푹 빠진 어머니의 가장 아끼는 장난감이다.
특히 발병 초기에 비해 지난 5년 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써 온 간병일지를 비롯해 간병에 대한 책들, 인생노트, 어머니와 함께 찍은 김씨의 수많은 사진들은 김씨가 어머니에게 베풀어 온 정성과 사랑을 짐작케 한다.

1997년 IMF와 함께 청소년 문화가 PC방 중심으로 바뀌면서 살림의 근간이던 만화방 문을 닫게 된 김씨는 설상가상으로 어머니 마저 치매 진단을 받았다.
지금은 예전보다 무척 좋아져 주변사람들이 치매가 아닌 노환으로 생각할 만큼 김씨의 어머니는 깔끔하면서 단정한 모습이다.

"같은 처지에 있는 치매 간병인들에게 많은 희망을 주고 싶다"는 김씨는 어머니의 얼마 남지 않은 삶과 오늘도 동행하고 있다.
한편 김씨는 사회복지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아산상'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시상식은 오는 25일 서울아산병원 아산교육연구관에서 열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