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희귀한 동굴호수와 용암폭포 등을 간직한 북제주군 구좌읍 월정리 ‘용천동굴’은 하루빨리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종합적인 정밀조사와 보존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동굴연구소는 그제 도청에서 열린 ‘제주 용천동굴 기초학술조사 완료 보고회’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하면서, 용천동굴은 그 규모와 내용면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충분한데다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동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동굴은 형성 당시 김녕사굴과 동일한 동굴이었는데 동굴 천장 일부가 함몰하면서 두 개의 동굴로 분리된 것 같다는 새로운 사실도 밝혔다.
흔히 제주도는 ‘동굴의 고장’으로도 불릴 만큼 동굴이 많은 지역이다. 화산활동으로 인해 제주 섬 곳곳에 용암동굴이 형성됐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추정할 수 있거니와, 지금도 간단없이 새로운 동굴이 출현하고 있어 제주가 동굴의 고장임을 새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새로 발견된 용천굴도 그런 동굴로 굴 안에서 길이 200m 규모의 대형 호수가 확인됐을 뿐 아니라, 이 굴이 전체적인 모양은 용암동굴이지만 내부에서는 석회동굴의 특성이 나타나는 희귀동굴로 제주도에서만 발견되는 유사 석회동굴로 알려져 있다.
동굴관계자는 용암동굴과 위(僞)석회동굴에서 대형 호수가 발견된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으며, 이 굴 안의 140∼150m의 용암 두루마리와 3단의 용암폭포 역시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날 도내에 산재해 있는 동굴들을 방치함으로 하여 종유석이나 석순 같은 귀중한 동굴 생성물들이 마구 도난 당하고 동굴이 크게 훼손됐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용천굴이라고 해서 그런 전철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용천굴을 시급히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종합적인 정밀학술조사가 이뤄져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