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는 ‘다비드’나 ‘피에타’ 같은 조각품이 있고 제주에는 ‘돌하르방’이나 ‘동자석’ 같은 석물(石物)이 있다. 이탈리아 조각은 허옇고 반질반질한 대리석인 데 반해 제주의 그것들은 거무스름하고 구멍이 숭숭 난 돌이다. 이탈리아의 조각에는 미켈란젤로와 같은 유명 미술가들의 이름이 회자되지만, 제주의 석물에는 이름 없는 석공들의 땀방울이 이야기된다.
이탈리아 조각과 제주 석물
이탈리아 조각과 제주 석물을 이렇게 서로 맞대어 비교할라치면 여러 의문들이 머리 속을 맴돈다. 하지만 그 의문은 곧 풀리고 만다. 이탈리아에는 대리석이 지천으로 깔려 있고, 제주는 화산 석으로 이뤄진 섬이라는 사실이 그 답이다. 이처럼 이탈리아와 우리는 문화적 토양 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에는 대리석을 깎아 만든 미끈한(?) 조각품이나 웅장한 건축물이 발달하게 된 것이고, 제주의 경우 현무암을 두드려 만든 소박한 석물이나 생활용품 따위가 남아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제주는 화산섬이라는 독특한 태생으로 인하여 돌이 많다. 제주 섬이 삼다의 하나인 석다(石多)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돌을 빼놓고 제주사람들의 삶을 말할 수는 없을 터이다.
예로부터 돌은 쓰임새가 많아 제주사람들의 생활 속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자산이었다. 마을의 수호신인 돌하르방부터 죽은 이의 집을 지키는 동자석과 다양한 생활도구가 돌로 만들어졌고 집의 울타리도 돌로 둘러쳐졌다. 또 제주인들의 삶의 터전인 밭에는 거센 바람을 막고 마소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밭담을, 그리고 무덤에는 산담을 둘렀던 것이다.
이렇듯 돌 하나 하나에는 제주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숨결이 살아 있으며, 그래서 제주에는 다양한 돌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제주 돌은 그 자체에 문화적 가치가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제주의 석물은 미술사적 가치 이상으로 제주의 역사와 제주사람들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제주 돌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드높이려는 시도(試圖)가 북제주군에 의해 추진되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거니와, 최근 그 첫 단계 공정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세계인의 찬탄을 자아내고 있다니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이름하여 ‘제주돌문화공원’.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 백만여 평 부지에 조성되고 있는 이 돌문화공원은 내년 초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에 피치를 올리고 있다. 지난 2001년에 착공했으니 개장까지는 5년이 걸리는 셈이지만 이것도 1단계 공사일 뿐이라니 돌문화공원의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이 공원에는 박물관과 야외전시장은 물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고 한다.
박물관에는 용암석과 화산석 등 각종 암석이 시대별로 분류돼 전시되고 화산폭발에 이은 돌 형성과정 등을 보여주게 된다. 또 제주도민들이 사용했던 돌 민속품 코너가 마련될 뿐 아니라 민속마을도 돌과 함께 재현된다는 것.
돌의 문화적 가치 보존, 선양
이 돌 공원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공원 주변 천혜의 자연경관과 제주의 독특한 돌 문화를 하나로 어우러지게 만들어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원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다양한 돌 문화의 집대성이라 할만 하다.
이 달 초 이 공원을 찾았던 세계 30여 개 나라 언론인들은 “세계에는 화산과 관련된 여러 나라와 지역들이 있는 데 이처럼 돌을 이용한 공원은 본 적이 없다”며 “돌의 모양이며 생김새 등이 무척 인상적이고, 화산폭발로 인해 형상화된 돌들은 신비스럽다”고 연신 놀랐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들 외국 기자들도 말했지만, 아마 돌을 주제로 만들어진 공원이나 박물관은 이 돌문화공원이 ‘세계 제1호’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만큼 북제주군은 이 돌 공원을 세계적 문화자산으로 만든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사업을 이끌어 가야 하리라 본다.
이미 북군의 돌 공원은 세계적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 사업을 함께 시작한 북제주군과 탐라목석원 백운철 사장(돌 공원 총괄기획단장)의 선견지명이 놀랍다.
김 원 민 (편집국장ㆍ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