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5일부터 21일까지 비오톱갤러리
수예작품 50여점
아스퍼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이 스케치를 하고, 엄마가 한땀한땀 수를 놓았다. 어느 날 아들이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면서, 그동안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저 취미로 해온 엄마의 뜨개질은 작품이 되기 시작했다.
엄마는 처음에는 아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면 할수록 수예 작업은 엄마에게 힐링과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아들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할 때마다 모자(母子)에게는 새로운 희망과 창작 에너지가 솟구쳤다.
엄마 박이경(54) 씨가 그렇게 완성한 작품을 들고 오는 15일부터 21일까지 비오톱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우연히, 아들과, 새롭게 찾은 기쁨이기에 전시 타이틀을 ‘실과 바늘로 행복 잇기’로 붙였다.
스케치를 한 아들은 지난해 갤러리비오톱에서 아르브뤼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던 청년작가 고동우다. 아르브뤼(art brut)는 정체되지 않은 순수한 예술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정신장애인들의 미술작품을 일컫는다. 고 씨는 몇 해 전 한국아르브뤼가 주최한 전국아르브뤼·아웃사이더 아트 공모전에서 일반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아들의 스케치 위에 엄마가 수 놓은 협업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소재는 주로 고양이다. 집에서 키우는 노마와 보리를 비롯해 아들은 집안팎에서 만나는 고양이를 사진으로 찍어두었다가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긴다.
박이경씨는 1992년부터 제주에 살고 있다. 이화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최근에는 갤러리비오톱이 주관한 ‘제주를 아름답게 하는 것들 ll - 제주 삼라만상 14인 커뮤니티 그룹전’에 참가하며 처음 본인의 작품을 외부와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첫 개인전이 되는 셈이다.
박이경 씨는 “장애가 있는 아들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십년이 넘는 세월을 아들도 나도 오로지 운동만 생각하고 살았다”며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말을 하면서 우리의 삶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삶이 충만해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내 손에 쥐어진 실과 바늘로 나의 행복을 한 땀 한 땀 수놓아 가겠다”고 힘찬 희망의 메시지를 알려왔다. 문의=010-3691-4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