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값도 없는데 어떡해"
"분유 값도 없는데 어떡해"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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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값도 없는데 어떡해” 하는 이 말은 오늘 제주시 어느 일간 신문기사의 타이틀이다. 지난 9일 오전 11시 제주시 모 대형할인매장에서 진열된 상품(분유 2통과 고추장통 2개)을 훔쳤다가 경찰에 절도 혐의로 입건된 20대 주부가 자식생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 같다며, 한 첫말이다.
“남편은 실직되고 자식은 3명이고 주머니는 바닥나고 해서…” 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다.

나는 이 기사를 보고 죄는 밉지만 이 주부에게 동정이 갔다.  살기위한 처절한 목숨이 죄인 것만 같아서이다. 우리 서민사회의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정부발표가 있지만 체감경기는 바닥이다. IMF이후 최대의 시련기이다. 중산층들의 얼굴은 긴장과 불안, 걱정, 우울의 빛이 역력하다. 어디 실업자뿐 인가, 직장에 나가는 사람도 위기의식 속에 살고 있는 게 요즘의 우리 생활이다.

나는 그 주부에게 아이는 남편에게 맡기고 식당 종업원이라도 일하러 나가라고 권하고 싶다. 이게 한 순간을 넘기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누구나 예외일 수 없다. 지금 우린 위기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전사들이다. 쉽게 벗어 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가슴 조이며 위축되어 살아갈 수만은 없다. 우린 여기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슬기와 여유를 길러야 한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말은 쉽다. 하지만 정말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믿어야한다. 믿지 않으면 어찌 다른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기회는 항시 위기라는 가면을 쓰고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9회말 만루에서 등장한 야구선수의 홈런은 오직 타자인 자신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중앙, 지방정부가, 아니 친한 동창이 대신 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위기 속엔 많은 교훈과 함께 긍정적인 요소도 숨어 있다. 그리고 평소에 안보이던 길도 보이게 마련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발상이 떠오른다. 인간의 심성은 참으로 고약한 것이어서 언제나 여유롭고 평탄한 환경에서는 그게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줄을 모른다. 교만에 빠지고 작은 불편도 못 참고 불평만 늘어놓는다. 당연 심리에 빠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로는 가혹한불행도 있어야 최대의 행복을 아는 사람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생여정은 오르락내리락 기복이 있어야 사는 맛이다.

등산도 평탄한 길을 두고 일부러 험한 등산로를 택하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늘 평탄한 길이면 지겹고 권태로운 인생이 된다. 뭔가 새로운 자극을 찾아 폭주도 해보고 도박도 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순탄한 인생은 사람을 망치게 된다고 한다.
일부러 위기를 자초 할 건 없다. 하지만 기왕 당한 위기라면 위기가 주는 교훈을 읽어내는 슬기는 있어야 한다. 그저 눈물만 흘리는 비참한 생명은 되지 말아야 한다. 위기 속에서 견디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창조해야 한다.

배고픈 사자가 토끼를 많이 잡는 것이다. 위기냐, 찬스냐는 오직 자신의 만들기 나름이다. 위기에 대응, 그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배포에서 만들어진다. 어느 선배의 야무진 조언이 생각난다. “나는 또 무슨 일이라고, 기껏해야 지구상에서 일어난 일을 갖고 전전긍긍인가.”

직장을 떠난 가장이라면 정해진 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루의 시작부터 모든 게 들쭉날쭉 그때마다 머리를 써야 한다. 순발력, 결단력, 융통성, 임기응변, 문제 해결력… 산전수전, 밤낮이 따로 없다. 거기다 이 모든 건 자기 혼자다. 자기 힘으로 해야 한다. 직장에서 이런 능력이 길러질 리가 없다. 

이런 면에서는 직장에서는 온실에서 크는 한포기 꽃이다.  이 꽃에는 잡초들의 강인함이 없다. 이 말은 직장이라는 보호막은 인간의 능력을 쇠퇴 시키는 원흉일 수도 있다.  사회는 변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일생동안 직장을 30번은 바뀌어야 산다고 한다.
실직자들이여! 절망과 좌절로 하루 종일 두문불출하고 담배연기 자욱한 방에서 낮부터 술을 찾는 패인이 될 수는 없다. 자신을 가지세요!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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